<푸름살이 시>
오월과 유월 사이
기축 년 오월과 유월 사이 가장 큰 사건은
노무현 전직 대통령 자살 소식이다
시골 마을 봉화가 사람들 발자국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한 달여
이승 떠난 분은 말이 없는데 살아 있는 사람은 어찌 그리도 말이 많은지
세월이 가도 여전히 입과 입이 솜털처럼 가볍게 날아다닐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해 본들 잘잘못을 따진들
배 지나간 다음 바라 본 망망대해일 뿐
바다는 여전히 제 모습대로 잔잔히
때론 도도하게 철썩이며 흐를 뿐
오월과 유월 사이가 유월과 칠월 사이가 되고,
일 년이 십 년 될 것이고
십 년이 역사가 되어도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다
사람이 나고 자라고 늙고 죽는 것처럼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여전히 삶 속에 존재하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 오월과 유월 사이는 되돌아 올 것이고
나는 그분을 서민적 대통령으로 기억할 할 것이고
사람답게 살고자 애쓸 것이고
역사는 그분을 재평가할 날이 올 것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유서 한 꼭지 가슴에 새긴 날.
**벌써 16년이 흘렀습니다. 그날은 온종일 동네 아주머니 세분과 고사리를 꺾었습니다.
산비탈 고사리 밭에서 허리를 폈을 때 들려온 소식에 땅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웃집 농부 같았던 전직대통령, 밀짚모자를 쓰고 손자를 자전거에 태우고 들길을 오가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분은 권위적이지 않았고 친근했습니다.
16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는 그분을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