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연지에서

by 박래여

세연지에서


세연지에서 오리 가족 만났다

어리연꽃과 수련, 부들, 연잎 사이 헤집으며

어미가 이끄는 대로 졸졸졸 따라가는 아기오리

여기서 배 좀 채우고 가자, 어미 이끄는 대로

먹이도 줍고 멱도 감으며 여유롭다

그 중 한두 놈 꼭 헛발질 한다

뿔 난 놈, 똑똑한 놈, 간 큰 놈, 튀는 놈

좁아터진 연못 싫다고 더 넓은 바다만 보는

미지에 대한 갈망 스무 살, 안과 밖, 딱 그만큼

머리는 크지만 날개 짧은 줄 모르고

저 혼자 홀로서기 연습하다

제 풀에 겨워 꺼이꺼이 통곡하는 아기오리

안달복달하며 찾아다닌 어미오리 조곤조곤 일러주기를

딴 짓거리도 너 자신부터 알고 해라

나도 한 때 너처럼 날고 싶었지

연못 바깥에 황금 궁전 기다리는 줄 알고

요술방망이 있는 줄 알았지

그러나 눈 부라리며 반긴 것은

믿음도 사랑도 상실된 거대한 천적의 바다였다

지금 네 귀에는 어미 말이 한마디도 안 들리겠지만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게 아니더라

네가 속한 이곳이 천국인 줄 깨칠 날 있을 게야

그날이 오면 너도 어미 속내 알게 될 게야

어미오리 긴 숨 쉬며

머~언 하늘바라기 한다.


** 삶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어린 딸을 데리고 보길도 여행을 했었지요. 다산 초당을 거쳐 고산 윤선도 선생의 족적을 따라 하는 여행이었지요. 딸과 세연지에서 오리가족을 보며 한 때를 즐겼었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땅끝 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