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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마을에서

<푸름살이 시>

by 박래여

땅끝 마을에서



해남 투구봉 지나는 순간

갯냄새 바람을 타고 왔다.


뭍에서 온 사람들 코 벌렁거리며

뼈대 없는 농담으로 마음의 짐

하나 둘, 민들레 홀씨처럼

저 들녘의 삐삐 꽃 하늘거림처럼

바람 태워 보내고픈 날

땅 끝 마을에 닿았다.


떠나는 일은 돌아올 자리가 있어

더 자유롭다고 하든가

자유를 외치면서 정작 그 자유가 짐이 되는 삶

둥근 원 안을 가로지르는 뱃고동 소리

보길도 가는 뱃전에 오르니

내 어깨의 짐이 가벼워보였다.


다 버리고 와라

땅 끝 마을이 손을 흔들었다.


**보길도 여행을 한 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갔었던 날인지 문우들과 함께 갔었던 날인지 기억할 수 없지만 집을 떠날 때 마음이 무거웠나 봐요. 전업주부는 집 비우기 참 어렵지요. 쉽게 나선다 해도 마음의 짐은 무겁지요. 농사와 가축들과 시부모님과 애들이 내 손끝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던 때라 자유롭게 길나서기도 어려웠지요. 지나온 세월을 반추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소중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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