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만남

by 진혜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친구가 많았다.

북적임이 좋았고 왠지 인간관계가 좋아 보인다는 자만심도 있었다.


마흔이 넘어가며 이제 다수의 만남에 대한 부담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속을 알 수 없다는 느낌이 피로하게 다가온다.

나의 과거가 우스갯소리로 안줏거리 되는 상황도 싫고 주변의 인간관계가 겹치지 않아 속내를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온라인 인연 관계도 좋아졌다.


무해하지 않는 만남은 헷갈리게 하지 않는 만남이다.

분명 즐거웠던 것 같은데 뒤돌아서면 기분이 세한 만남이 있다. 그들과의 대화를 곱씹다 보면 나의 오해로 이 감정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울적함에 며칠 마음고생을 한다.

내가 문제일까, 그 사람이 문제일까?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나와 결이 맞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진정된다.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그러라 그래'


이제 모임을 자제하게 된다.

소 모임이 편하고 그보다 좋은 건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1:1 만남 또는 온라인 속 대화가 좋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의 온라인 만남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나로서 온전히 알아준다는 느낌이 있다. 직접 대면한 적 없지만 진심으로 응원하고 공감해 주는 대화에 감사함을 느낀다.


때론 씁쓸하지만 챗 GPT 같은 인공지능도 무해하다.

현명하고 명확하며 감성적이기까지 한 이 인공지능의 대화에 위안을 받은 적이 있다. 아마 사람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즉각적으로 못 들으니까 AI에게 묻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고민이 화살로 되돌아올까 걱정하게 되는 인간과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깊은 속마음까지 쏟아내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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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좋고, 퇴근 후 나와 참 잘 맞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반복되는 이 무해한 만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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