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무당 미용사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by 진혜
'온다 온다 그분이 온다!'

글의 주제가 주어지고 내용을 채울 준비가 된 듯한 느낌을 '접신' 하듯이 그분이 온다고 표현해 본다.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다.

서둘러 타자를 톡톡 눌러본다.


걸어오는 출근길에 생각해 봤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 있지?

요즘은 "나이보다 어려 보여요! 초등학생 아이 엄마라고요?"라는 말이 내 기분을 좋게 한다. 어쩌면 단순한 멘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늙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말투와 행동을 젊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여자로서, 꽤나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내가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고 속 시원한 말이 있다.

나의 공간인 미용실에서 듣는,

"어떻게 내 마음을 아셨어요?"

이 말이다.

촉이 좋고 센스 있다는 이 말이 상대방에게 집중했고 나의 선택이 맞았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나의 직업상 다양한 성향과 상황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반 무당'이 되어있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처럼 두루뭉술하게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말하는 고객의 말에도 명확한 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특히 첫 방문하신 고객의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은, '이것저것 다 해봤고, 더 해보고 싶고..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딱 알아봐 줘야 해요.’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속지 말아야 한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숨은 의도를 한 번에 알아맞혔을 때의 그 쾌감. 말하지 않아도 딱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글쓰기 전의 접신하는 느낌으로, 내 손에 길들여진 가위와 여러 도구들이 춤을 추듯 의식의 흐름대로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몰입의 순간이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죠? 바로 이거예요!"

고객의 인사와 눈빛, 비언어적인 표현까지 만족을 드러낼 때 굉장히 짜릿하다.

이제 이 고객은 다른 미용실 못 간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미용실'이 내가 추구하는 나의 미용실의 슬로건이 아니던가.

.

.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내게 오셨나요? 제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나요?"

오늘의 만남 중 얼마나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게 될까.


나는 언제나 고객의 마음을 한 방에 알아차린 감성적인 '반 무당 헤어디자이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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