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_붙임머리 고객과의 이별'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거절한 고객.
그녀를 생각하며 글을 적어본다.
날씬하고 작은 얼굴에 꽤 미인형. 하지만 도도한 표정과 차가운 말투의 그녀가 나의 공간에서 '붙임 머리'하러 온 기간은 약 4년쯤 된다. 꽤 긴 시간이다.
붙임 머리는 처음 재료 비용이 비싸지만 비교적 심플한 반복작업(컷트나 펌에 비해)이고, 여러모로 내게는 효자 상품인지라 마음이라도 뭔가 더 챙겨드릴 수밖에 없다.
보통 두 달 텀으로 재 방문이 이루어지는 그녀와의 만남은 예약 잡힌 날부터 시술 후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기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매듭 묶는 횟수와 양쪽의 개수, 위치까지 정해준다.
정확하고 꼼꼼히 시술받고 싶은 마음이란 걸 모르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4년의 시간 동안이면 믿음이 생겨 방문할 텐데.. 매번 차가운 말투와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거울로 지켜보고 있다. (그녀의 요구는 항상 같아서 이제는 눈 감고도 붙일 수 있을 정도였다)
말투와 행동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더 힘들었던 건 빈번한 예약 날짜와 시간 변경이다.
나와 직원이 그녀에게만 집중해서 빨리 붙여주길 바라는 걸 알기에 예약이 겹치지 않게 재빨리 예약 스케줄을 조절해야 했다.
어느새 우리는 감정노동에 지쳐가고 있었다.
'삼진 아웃, 경고 세 번이면 기회는 끝'이라는데 나는 어지간해서는 끝을 말하지 않는다.
때론 끝을 말할 용기가 없어 관대와 관용이라는 고급스러운 말로 포장하고 정신승리했다.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던 어느 날,
"언니! 나 토요일 2시에 예약해 줘요. 이번에도 둘이 붙여줄 거죠? 피스도 샴푸 해서 준비해 줘요."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서 언니라고 부르니까 더 얄밉다.
평소엔 평일 중 한가한 편인 오후에 예약해서 큰 문제가 없었는데, 손님이 많은 토요일 황금시간대 예약을 해달라고 한다.
.. 결국 사달이 났다.
노쇼다.
일주일 중 가장 매출이 좋은 토요일, 그녀의 예약으로 다른 고객님은 방문하지 못하시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전화를 안 받는다.. 심박이 빠르게 뛴다. 분노가 차오른다.
몇 시간 후 미안하다고 다음 주에 다시 예약 잡아달라는 문자가 왔다.
'나의 소중한 시간은? 그 시간에 머리 하고 싶었을 다른 고객님은?'
그녀에게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고 정말로 끝을 알려야 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이제 예약 힘드세요."
.
.
이제 내 마음을 헤집는 손님은 매출이 걱정되더라고 과감히 쳐낼 것이다.
그 돈 벌려다 상처 입고 병원 신세 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빈자리는 곧 다른 좋은 고객으로 채워질 테고, 나는 나의 스타일을 좋아해 주는 고객님과 웃으며 행복한 미용을 할 것이다.
잘 가요.
감사했습니다.
언니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