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고하였네. 조심히 들어가게.”
“어, 자네도 수고했어. 내일 보세.”
일과를 마친 나무꾼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산에서 내려갔다. 고된 노동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따뜻한 밥을 먹고 쉴 생각에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사방에 풍족한 먹이와 따뜻한 햇볕을 만끽하던 새들의 울음소리는 점차 잦아들고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던 나무꾼은 잠시 목을 축이려 지게를 내렸다. 그는 얼굴을 씻고 시원한 계곡물을 두 손으로 퍼서 들이켰다.
“아이고, 시원하다.”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일어선 나무꾼은 다시 지게를 메었다.
부스럭-
어깨 너머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산짐승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모양이었다. 매일 산을 오르내리는 나무꾼에게는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걸음을 옮겼다.
으흐흐흑……
또 다른 소리에 나무꾼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꼭 사람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렸는데도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꾼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잘못 들었다고 여기며 다시 걸음을 재촉하였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산에서 내려가야만 하였다.
흐흐흐흑……
나무꾼의 등 뒤로 또다시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가까이에서 더 뚜렷하게 들렸다. 틀림없이 젊은 여인이 흐느끼는 가녀린 소리였다. 나무꾼은 왠지 꺼림칙하여 무시하고 가려 하였으나 너무도 서럽게 울고 있어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망설이던 나무꾼은 결국 뒤를 돌아보았다가 흠칫하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물을 마신 그 자리에 한 여인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별안간 나타나 우는 여인이 왠지 꺼림칙하였으나 나무꾼은 용기를 내어 천천히 다가갔다. 길을 잃거나 다쳐서 우는 듯하여 차마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저…… 무슨 일이오? 길을 잃으셨소?”
여인은 말없이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움찔거렸다. 그래도 자신의 물음에 반응을 보이자 조금은 안심이 되어 나무꾼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결이 곱고 색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지체 높은 집안의 여인인 듯하였다.
“내가 도와드리리다. 이 산에서 내려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따라오시오.”
나무꾼은 여인을 부축해 주고 싶었으나 더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였다. 신분이 높은 여인일지도 몰라 함부로 손댈 수 없었다.
“자, 어서요. 이제 해가 지려는데 서두르지 않으면 나도 길을 찾을 수가 없소.”
나무꾼이 재촉하는데도 여인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무꾼은 이해가 되질 않아 답답하였다.
“아니, 어서 가야 한다니까요? 다리를 다쳐서 그러시는 게요? 이보시오.”
나무꾼은 또 한 번 재촉하자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헉!”
나무꾼은 숨이 턱 막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자빠졌다. 여인의 두 눈에서 피가 눈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창백한 것을 넘어 백지장처럼 새하얀 여인의 얼굴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시커먼 구멍만 있었고, 그 구멍으로부터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무꾼은 막혔던 숨통을 터뜨리며 달아나려 하였다. 그러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땅바닥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여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나무꾼은 다리에 온 힘을 집중하여 간신히 일어섰다. 나무꾼은 있는 힘껏 달리려 하였으나 그만 뒤로 넘어지면서 쓰러뜨린 지게와 장작에 발이 걸려 고꾸라졌다. 가만히 서서 몸부림치는 나무꾼을 지켜보던 여인은 순식간에 몸을 날려 그를 덮쳤다.
“으아아아악!”
나무꾼은 곧장 산에서 내려가지 않은 것을 후회할 틈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