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6부작 리뷰
올해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가 개봉한 지 20년째 되는 해이다. 북미에서는 재개봉하여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변함없는 그 엄청난 인기를 보여주었다. 스타워즈 불모지인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아서 너무도 아쉬웠다.
스타워즈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 글의 제목과 부제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SF와 정치. 서로 동떨어진 주제처럼 보이나 스타워즈에서는 다르다. 처음 개봉한 <새로운 희망>,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은 선과 악의 대결과 그 중심에서 고뇌와 갈등을 겪는 주인공이 중점이었다. 반면 이후 새로 개봉한 <보이지 않는 위험>, <클론의 습격>, <시스의 복수>는 과거를 배경으로 하여 악이 어떻게 승리하고 선의 편에 있던 주인공이 왜 악으로 돌아서는지가 시리즈의 주된 스토리이다. 악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것이 바로 정치이기에 프리퀄 삼부작에서는 정치가 주된 요소이다.
전설의 시작을 알린 <새로운 희망>에서는 이미 은하계가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는 상태이다. 은하 제국은 의회를 강제로 해산하고 황제가 임명한 총독들이 직접 제국의 영역들을 통치하는 체계로 전환된다. 또한 단 한 발의 포격으로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인 "데스스타"를 앞세워 공포정치를 행한다. 그에 맞서 반란 연합이 창설되고, 데스스타의 지휘권을 가진 "타킨" 총독과 최고 사령관인 "다스 베이더"는 반란군을 진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올해로 개봉 20주년을 맞은 <시스의 복수>와 앞서 나온 두 편의 작품은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다스 베이더와 더불어 은하 제국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은하 공화국은 프리퀄 시리즈의 첫 편 시점에서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여 의회가 기능을 상실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국가도 아닌 대기업 "무역 연합"이 자체적으로 군대를 보유하고 의석을 차지하여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역로에 부과된 관세에 불만을 품고 행성 "나부"를 봉쇄하여 위협하는 데도 공화국은 제다이를 파견해 협상을 시도하는 것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 나부의 여왕 "파드메 아미달라"는 의회에 최고 수상에 대한 불신임을 제출하여 탄핵하고 제다이와 나부의 토착 종족 건간의 도움을 받아 무역 연합을 물리친다. 이후 나부의 대표 의원 "팰퍼틴"이 새 수상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부패한 공화국과 수동적인 태도의 제다이 기사단에 회의를 느끼던 "두쿠"는 아끼는 제자였던 "콰이곤"이 나부를 돕다가 죽자 기사단을 떠난다. 그리고 무역 연합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들을 포섭하여 공화국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고자 "독립 행성계 연합(분리주의 연합)"을 결성한다. 이로 인해 은하 공화국과 분리주의 연합 두 세력의 싸움인 "클론전쟁"이 발발한다. 의회는 전쟁 수행을 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복제인간으로 구성된 클론 군대의 도입과 비상시에 팰퍼틴 수상에게 더 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다.
팰퍼틴은 매우 착잡한 얼굴로 비상 권한을 받아들이고 자신은 민주주의와 공화국을 사랑하며, 사태가 안정되면 권한을 내려놓을 것을 선언한다.
그러나 은하계는 철저히 속았다. 팰퍼틴의 정체는 제다이와의 경쟁에서 패하여 명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던 시스 군주 다스 시디어스. 그는 공화국 최고 수상이자 동시에 분리주의 연합의 배후였다. 나부 봉쇄부터 클론전쟁까지 모든 것이 그가 연출한 무대였다. 제다이는 뒤늦게 그를 파악하고 다스 시디어스를 막으려 하나 그는 이미 의회를 자신의 편으로 채워 장악하고 제다이 "아나킨 스카이워커"까지 포섭한 상태였다.
팰퍼틴은 아나킨을 제자로 받아들여 다스 베이더의 칭호를 내리고 그에게 제다이와 분리주의 연합 수뇌부를 모두 제거할 것을 지시한다. 다스 베이더는 클론 군대를 이끌고 제다이 사원을 공격하여 제다이와 어린 수련생들을 남김없이 죽인다. 그와 동시에 은하계 각지에 파견된 제다이들도 함께 싸우던 클론 군대에 의해 살해당한다(66호 지령). 아나킨이 분리주의 연합 지도자들까지 모조리 살해할 무렵, 팰퍼틴은 의회에서 제다이가 자신을 암살하고 공화국을 전복시키려 했다는 누명을 씌운다. 그리고 안보와 평화의 확립을 명목으로 마침내 공화국을 제국으로 개편하여 황제로 군림한다. 그 순간까지도 의회는 진실과 자신들의 미래를 전혀 모른 채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다. 파드메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자유가 죽었다며 개탄한다.
작품의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참고하였는지 이는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한 과정과 유사하다. 1923년 11월에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의 전복을 노리고 뮌헨에서 일으킨 쿠데타가 실패하여 투옥된 히틀러는 옥중에서 쓴 자서전 <나의 투쟁>과 특출난 언변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간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경제 파탄과 정치적 혼란으로 지쳐있던 독일인들은 히틀러에게 더욱 열광하였고,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당)은 제국의회에서 점차 의석 수를 늘려나가게 되었다. 이후 히틀러는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압박하여 수상직을 얻어낸다.
그런데 1933년 2월 27일, 정신질환이 있는 한 공산주의자가 제국의회의사당에 방화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히틀러는 이를 공산당의 조직적인 계획범죄로 몰아 비상령을 내린다. 얼마 뒤 3월 5일에는 예정되어 있던 총선에서 나치당이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였고, 이어서 다른 정당들을 포섭하거나 압박하여 비상시에 행정부가 입법권을 가지는 수권법을 통과시킨다. 더 나아가 히틀러는 대통령 권한까지 빼앗아 총통이 되어 독재 체제를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타 정당 해산 및 신설 금지와 팰퍼틴의 66호 지령과 분리주의 연합 토사구팽처럼 대대적인 숙청도 있었다(장검의 밤).
가상과 현실의 두 독재자는 민주주의를 교묘하게 이용하였다. 무능한 지도층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탓에 고통받던 국민에게 둘은 혜성처럼 등장한 영웅이었다. 대중은 감쪽같이 속아서 스스로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본색을 드러낸 독재자에게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 나서야 뒤늦게 자신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민주주의의 허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힘을 가진 지도층이 작정하고 속이면 대중은 실상을 알 길이 없다. 겉으로 보이는 대로만 믿을 수밖에 없다. 선동이라는 진동으로 서서히 시작된 거대한 해일은 대중을 덮쳐 이성과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설령 그를 간파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소수가 존재하더라도 금방 묻힌다. 투표는 다수결 원칙을 따르나 다수가 늘 옳은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아예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투표를 한다면 합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 항상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대로 따르기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전체주의이다.
은하 공화국과 바이마르 공화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였다. 오히려 봉건 왕조 체제였던 고려가 이상에 가까운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 거란의 침입 당시 대부분의 조정 신료들은 항복을 주장하였으나 오직 서희와 이지백(1차 침입), 강감찬(2차 침입)만은 반대하였다. 성종과 현종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항복 여론에도 그 소수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이는 고려가 거란은 물론 송나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강국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려가 한 것처럼 은하 제국에 반대하는 소수도 뜻을 모아 루크와 레아를 낳고 눈을 감은 파드메의 의지를 이어 반란 연합을 창설하고, 훗날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반대하는 소수의 의견과 권리도 동등하게 존중하며 어떻게든 포용하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 있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느 사상과 이념이 그렇듯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실현할 수 없다.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공정과 평등은 허상에 가깝다. 동물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집단을 형성하면 구성원 간 힘의 차이에 의해 자연스럽게 서열과 권력, 그리고 그에 따른 차별이 생긴다. 힘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하게 되어있다. 또한 무리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거나 뒤처지는 개체는 가차없이 괴롭힘과 따돌림의 먹잇감이 된다.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해도 인간은 약육강식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슬픈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고 싶지는 않다. 비록 오랜 시간과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팰퍼틴과 히틀러는 결국 몰락하였고, 다시 민주주의가 자리를 되찾았다. 두 제국의 종말을 보며 권선징악의 아름다운 결말이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어 본다.
이미지 출처 - 스타워즈 공식 홈페이지, 영화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