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다녀왔습니다.”
“들어오너라.”
여우를 잡으러 갔던 송아가 다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요괴는 도선에게서 얻어 온 차를 마시고 있었다. 곁에서는 담철이 족제비를 꾸역꾸역 삼키고 있었다.
“어찌 되었느냐?”
“놓쳤습니다. 그곳에서 저희를 가로막는 놈이 나타나서…….”
“뭐?”
요괴는 놀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누가 그런 짓을 하였단 말이냐? 겨우 여우 한 마리 잡는 것을 막았다고?”
“예.”
“도깨비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놈을 보았느냐?”
“움직임이 워낙 재빨라 또렷이 보지 못하였습니다. 짐승인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으나 발톱과 이빨이 있었고, 내뿜는 기운이 드세었습니다. 그 여우를 찾아내어 뒤쫓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 도깨비들을 단숨에 해치우고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제게도 달려들었습니다. 제 발톱이 저에게 먹히지 않는 것을 보고도 멈추지 않아서 더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요괴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아무래도 그 메가 임자가 있는 곳인가 보구나. 너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니……. 메를 틀어쥐고 있는 임자쯤은 되어야 그만한 힘이 있겠지. 쉽지 않겠구나.”
“데려갔던 도깨비들이 너무 하찮았던 탓도 있습니다. 더 센 것들을 모아서 다시 가보겠습니다.”
“아니다. 네가 그만두고 물러났기에 그놈이 고이 돌려보낸 것이고, 다시 마주쳤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차라리 다른 곳에서 새 사냥감을 찾아보는 게 낫겠구나.”
“허나 그리 쉽게 나타나겠습니까? 그 여우도 오랫동안 돌아다니며 겨우 찾았는데…….”
“괜찮으니 그냥 다른 것을 찾아보아라. 나는 더 기다릴 수 있다.”
요괴는 일이 수포가 되었어도 송아를 나무라지 않았다.
“벌써 다 해치웠느냐?”
족제비를 다 먹어 치운 담철을 보고 요괴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담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많이 먹어야 크게 자라지. 그래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지는 말아라. 먹이로 삼을 것들이 새로 태어나고 자라서 살을 찌우도록 겨를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
담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혀로 입술을 훑었다. 찻잔을 마저 비운 요괴는 다관을 들려다 멈칫하였다.
“송아야. 오늘이 상당에서 손이 오는 날이었느냐?”
“예, 어르신. 바로 오늘입니다.”
“그렇구나. 아무래도 길을 헤매고 있는 듯하구나. 뭔가가 저 위쪽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가서 데려오너라.”
“예, 어르신.”
송아는 방 한쪽 구석의 어둠으로 사라졌다. 누가 찾아왔는지 궁금해진 담철도 그 뒤를 따랐다.
‘멀리 있어서 그런가? 참으로 보잘것없는 기운이로구나.’
요괴는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누군가가 안개가 낀 협곡 주변에서 거닐고 있었다. 그는 길을 잃고 안개 속에서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송아와 담철은 모습을 숨긴 채 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의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젊은 인간 남자였다. 상투를 틀지 않고 풀어헤친 머리는 덤불 같았고, 누덕누덕 기운 낡은 옷을 제대로 여미지 않아 앞섶을 다 벌리고 있었다. 어깨에는 옷만큼이나 낡은 보따리를 매고 있었고 허리에는 여기저기 흠집이 난 나무 몽둥이를 차고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는 그 인물을 자세히 관찰하던 담철은 송아의 옷깃을 잡아당겨 그를 부르고 마음속으로 말을 전하였다.
‘일단 말을 걸어보고 아니면 먹어버립시다.’
송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년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본 청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다, 당신들 누구요? 어디서 온 거요?”
“혹시 서원경에서 오시었소?”
“그렇소만…….”
서원경에서 온 것은 맞았으나 송아와 담철은 여전히 그가 의심스러웠다. 가까이서 그의 행색을 다시 훑어봐도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우리는 그대가 도깨비라고 들었소. 한데 생긴 것이 영락없는 인간인데…….”
“아, 그것은 흑재 어르신께 직접 해명하겠습니다. 뵙게 해주시겠소? 그분께서 보내신 분들이 맞지요?”
“그렇소. 따라오시오.”
청년은 송아와 담철의 뒤를 따라 걸음을 떼었다.
열 걸음도 걷지 않았는데 그의 눈앞에 흑재의 집이 나타났다. 청년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분명 산 위에 있었는데 어느새 협곡 아래로 내려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어오시오. 어르신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예.”
넋을 잃고 서 있던 청년은 송아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통과하여 집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는 또다시 입이 떡 벌어지도록 놀랐다. 사람 넷이 들어가면 꽉 찰 듯 작은 집은 안과 밖이 딴판이었다. 앞서 들어간 송아와 담철이 지나가면서 등불이 저절로 하나씩 켜졌고, 서서히 집의 내부가 드러났다. 높은 천장과 복도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져 있었고, 복도 양쪽에 크고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었다. 꼭 궁궐의 거대한 전각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어서 따라오시오.”
아지태가 문 앞에서 넋을 잃고 서 있자 송아가 그를 불렀다.
“아, 예!”
아지태는 황급히 그들을 따라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흑재는 왕좌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상석에 앉아 새로운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수하로 둔 요괴들이 많아 딱히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다. 만나보고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면 잡일이나 시키거나 아니면 그냥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어르신, 데려왔습니다.”
웬 누더기를 걸친 꾀죄죄한 인간 하나가 안으로 들어서자 흑재는 실망하였다. 키는 컸으나 순하게 생긴 외모에 몸은 말라서 영 빈약해 보였다. 요기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전혀 요괴로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눈에 띄는 점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 머리카락이었다. 흑재는 심드렁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청년은 그를 눈치챘으나 일단 보따리를 내려놓고 흑재에게 큰절을 올린 뒤 그 앞에 꿇어앉았다.
“인사드리옵니다. 소인은 아지태라 하옵니다.”
흑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래, 어서 오너라. 길이 거칠어서 애 많이 썼겠구나.”
“아니옵니다. 안내하여 주신 덕분에 편히 올 수 있었사옵니다.”
“안내는 무슨. 그저 저 아이들을 보내어 마중하였을 뿐이다. 그래도 이 메까지는 용케 스스로 찾아오지 않았느냐?”
“하하, 그래도 감사드리옵니다.”
흑재는 예의 바른 그의 태도는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
“한데 나는 네가 도깨비라고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인간과 전혀 다를 것이 없구나. 설마 나를 속였느냐?”
아지태는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저희는 본래 어떤 모습이든 취할 수 있사옵니다. 하여 본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사옵니다.”
“그렇다면 모습을 드러내어 보아라.”
흑재의 요청에 아지태는 말이 없어졌다. 뭔가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송아는 그를 수상하게 여겨 흑재의 눈치를 살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정체를 속인 것이라면 당장 제거할 생각이었다.
“무얼 하느냐?”
흑재가 다그치자 아지태는 답하였다.
“실은 어르신께 거짓을 아뢰었사옵니다. 소인의 아버지는 두억신(頭抑神)이라 불리는 존재이고 어머니는 인간이옵니다. 소인도 소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옵니다.”
“무어라? 두억신? 그런데 반쪽은 인간이라고? 허…….”
흑재는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당혹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이 동하였다.
“두억신이 무엇이더냐?”
“머리를 짓누르는 귀신이라는 뜻이옵니다. 둔갑에 능하여 정해진 모습이 없습니다만 불타는 듯한 붉은 눈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힘이 강하여 맨손으로 산짐승도 때려잡을 수 있고, 특히 몽둥이로 살아있는 것들을 때려죽이는 짓을 좋아하옵니다. 소인은 인간의 피가 섞여서 모습을 바꾸지는 못하옵니다.”
“오, 그래? 도깨비와 인간의 새끼라……. 그래, 언젠가 그런 것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니라. 이렇게 내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로구나.”
아지태는 영 탐탁지 않아 하는 듯한 흑재의 태도가 아쉬웠으나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다. 역시 그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듯하였다.
“송구하옵니다, 어르신.”
“네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니니 그럴 것 없다. 어찌 되었든 너의 몸에는 아비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네 아비와 어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소인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단둘이서 살았사옵니다. 아버지는 뵌 적이 없어 얼굴조차 모르옵니다.”
“흠…… 어미는 지금 어찌하고 있는고?”
“어머니도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셨사옵니다.”
“저런, 저런…….”
흑재는 다시 아지태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초라한 옷차림과 낡은 보따리로 그가 지나온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를 경계하던 송아와 담철도 점차 그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갓 태어났을 적부터 흑재가 길러주어 외로움을 모르고 살았으나, 아지태는 가족을 잃고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돌았으리라고 생각하니 작게나마 동정심이 생겼다.
“아무튼 잘 왔다. 일어서라. 여기서 함께 잘 지내보자꾸나. 마침 집이 커서 빈방도 많다. 송아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오라 하여라.”
흑재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아지태를 잡아 일으켰다. 아지태는 뜻밖의 환대를 받자 어리둥절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는 호의에 그는 기쁘다기보다 얼떨떨하였다.
“자, 따라오너라. 오늘은 배를 채우고 푹 쉬어라.”
“저, 소인의 짐은…….”
“그냥 놔두어라. 가자.”
흑재는 방문을 열고 그를 다른 방으로 이끌었다.
문이 열리고 온몸과 얼굴이 새까맣고 작은 아이 같은 모습을 한 존재들이 음식을 담은 그릇을 들고 줄지어 들어왔다. 그들은 각자 들고 온 음식을 상 위에 차례차례 올렸다. 마치 실체는 없고 그림자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었다.
“어르신, 저들은 무엇이옵니까?”
아지태는 그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다가 물었다.
“딱히 이름은 없다. 이 집을 여기 송아가 어둠으로 감싸서 지키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어둠으로부터 하나둘 기어 나왔지. 그래서 그런지 송아를 잘 따르길래 허드렛일을 시키고 있다.”
상을 다 차린 그들은 아지태에게 관심을 보였다. 노랗게 빛나는 눈들이 일제히 자신에게 쏠리자 부담스러워진 그는 시선을 피해버렸다.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들이 새로운 얼굴을 보더니 저러는구나. 송아야, 저것들 다 내보내라.”
송아가 내보낼 것도 없이 흑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사방으로 튀어 올라 허공으로 사라졌다.
“먹어라.”
“호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잘 먹겠습니다.”
몹시 허기졌던 아지태는 우선 큼직한 멧돼지 다리를 집어들었다.
“참, 서로 이름들을 알려주어라.”
“예, 어르신. 나는 송아라고 하오.”
아지태는 고기를 먹으려다 도로 내려놓고 송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예, 반갑습니다. 아까 어르신께 말씀드렸듯 저는 아지태라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담철이오. 구렁이인데 아직 어려서 말을 익히지 못하였소.”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담철은 아지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보기 좋구나. 자, 어서 들어라.”
상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담철은 제 손바닥만 한 떡을 잽싸게 집더니 입에 밀어 넣고는 그대로 삼켰다. 아지태는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려다 그 광경을 보고 멈추었다. 그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담철은 싱긋 웃어 보이며 이번엔 떡을 두 개 집어 보란 듯이 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
“저 녀석은 이는 멀쩡히 달고 있으면서 씹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을 좋아하더구나. 이 안에서 지내려면 인간의 모습이 알맞아서 내가 바꾸어 주었는데, 먹을 때만큼은 참모습이 그대로 나온단 말이야.”
“본래 뱀들이 제 몸집에 상관없이 다 그렇게 하더랍니다. 참으로 놀랍사옵니다.”
“이 녀석아. 왜 남의 것을 빼앗아 먹느냐? 그만두어라.”
흑재가 나무라자 담철은 히죽거리며 손가락을 빨았다.
“하하, 소인은 괜찮사옵니다.”
흑재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도 뱀의 본성을 드러내는 담철이 기괴하면서도 익살스러워 싫지 않았다.
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이 거의 동이 나자 흑재는 검은 아이들에게 술을 가져오게 시켰다.
“그래,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 좀 들려주겠느냐? 알고 싶구나.”
흑재는 직접 아지태에게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예, 어르신. 소인은 서원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사옵니다. 어머니와 산속에서 숨어 살면서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 먹으며 살았는데, 종종 어머니께서 인간 마을에서 품을 팔고 식량을 받아오시기도 하셨사옵니다.”
“왜 숨어서 살았느냐? 인간들이 너를 두려워하더냐?”
“예. 모두 소인을 두려워하고 멸시하였사옵니다. 어머니도 괴물의 새끼를 낳았다면서 사람들이 구박하여 처음 살던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품을 파는 일도 우리를 모르는 다른 마을에서 해야만 하였사옵니다.”
“어째서? 너와 같은 것들은 인간들이 떠받드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옛날에 죽은 인간과 살아있는 것 사이에서 태어난 비형이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은 임금에게 벼슬까지 받았다.”
“그렇기는 하옵니다만, 비형의 아비는 임금의 혼령이었고 소인의 아비는 살육을 일삼는 귀신이니 어찌 아니 두려워하겠사옵니까.”
“흠…… 듣고 보니 그렇구나. 허면 다른 두억신들은 만나보았느냐?”
“그들도 찾아가 보았으나 마찬가지로 쫓겨났사옵니다. 아예 소인의 목숨을 위협하려 들었사옵니다.”
“거 참, 들을수록 서글퍼지는구나. 쯧쯧…….”
흑재는 혀를 차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였다.
“배불리 먹었느냐?”
“예, 어르신. 더는 못 먹겠습니다, 하하.”
“잘 되었구나. 이제 가서 자라. 아이들에게 너를 방으로 데려다주라고 일러두었다.”
“참으로 고맙사옵니다.”
아지태는 평생 처음 받아보는 친절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어르신, 안녕히 주무십시오.”
“오냐. 푹 쉬어라.”
흑재가 손짓으로 검은 아이들을 불렀다. 검은 아이들이 천장과 벽에서 튀어나왔고, 그중 하나가 방문을 열고 아지태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복도에는 들어올 때와 달리 온통 검은 아이들의 노란 눈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바닥은 물론 벽과 천장에도 붙어 있었는지 노란 불빛들이 사방에서 반딧불처럼 돌아다녔다. 아지태는 그들이 꺼림칙하기는 하였으나 그곳에서 살려면 앞으로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검은 아이들이 복도 끝 방 앞에 멈춰 서서 문을 열어주며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였다. 아지태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마치 잘 자라고 말하듯 팔을 흔들며 이리저리 사방으로 튀어 사라졌다.
방 안에는 침대 곁에 놓인 등에 불이 밝혀져 있었고 침구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지태가 들고 온 짐도 한쪽에 놓여있었다. 작고 낡은 산속 움집에서 살았던 그에게는 너무 크게 느껴지는 방이었다. 침대 외에는 가구가 하나도 없는 탓이기도 하였다. 워낙 어두워서 불이 켜져 있었는데도 등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대체 이렇게 어두운 데서 어떻게 사는 거지?’
아지태는 무섭지는 않았으나 그토록 짙은 어둠은 처음이라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차피 배도 부르고 술기운이 올라 슬슬 졸음이 몰려오던 참이라 그냥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방이 이미 어두워서 등불은 켜놓은 채로 침대에 몸을 누였다. 고요하고 어두운 방은 잠들기에는 좋았으나 계속 살아가려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듯하였다. 이윽고 아지태는 잠에 빠져들었다.
<용어 해석>
메 :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