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혹은 노예 1

<반지의 제왕> 재개봉 기념 리뷰

by 어둠의 극락

이 걸작을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가박스 돌비 시네마에 단독 개봉하여 대형 스크린과 한층 더 발전한 음향으로 즐거운 3시간을 보냈다. 관객도 마음으로 함께 적진으로 돌격하게 만드는 나팔소리가 울리는 웅장한 전투와 저항할 생각조차 사라지게 만드는 "나즈굴"의 공포스러운 장과 비명소리, 천지를 뒤흔들며 관객의 마음까지 휘어잡는 "사루만"의 목소리, 위기를 이끄는 작곡가 "하워드 쇼어(Howard Shore)"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다시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찼다.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는 영국의 언어학자 "J. R. R.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이 조한 세계관의 공식 설정과 초안, 수정본, 그림 등의 자료를 모두 포함하는 <레젠다리움>의 극히 일부분이다. 영화에 미처 다 담지 못할 만큼 방대한 이 세계관은 영국 고유의 신화를 만들고 싶었던 톨킨의 열망으로 만들어졌다. 대서사시의 시작은 톨킨 본인이 만든 새로운 언어였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언어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그에 관한 신화와 역사적 배경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영국만의 신화 창조라는 소망과 합쳐져 새로운 우주관과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는 종족들의 이야기를 구상하였다. 소설을 쓴 게 아니라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 셈이다. 익혀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언어들이기에 <반지의 제왕>의 광팬이자 사루만 역을 맡은 배우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 경은 이를 독학으로 익혀서 구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 장소였던 뉴질랜드에서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개봉을 기념하는 이벤트로 기상캐스터가 엘프 분장을 하고 엘프어로 예보를 한 적도 있다. 작품 내 고유명사들을 정확히 번역할 수 있도록 번역 지침도 따로 있을 정도이다.


https://youtu.be/3bhhXkI1iNs?si=qMtqNVZu3jAo9SUX


<반지의 제왕>의 설정과 세계관은 익숙하면서도 독특하다. 성경과 북유럽 신화, 그리스 신화 등 기존의 여러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흔적이 보여 낯설지 않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니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먼 옛날 지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 호빗 "빌보 배긴스"와 그의 조카 "프로도 배긴스"가 기록한 책을 톨킨 본인이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흥미로운 설정이다. 일례로 사우론의 부하인 "나즈굴"이 타고 다니는 날짐승의 외형이 고생대의 익룡과 비슷하게 묘사된다. 이는 영화에도 반영되어 사우론의 군대에서 부리는 거대한 짐승들의 외형 또한 실제 고생대 동물의 화석을 참고한 디자인이다. 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직접 겪은 전쟁의 참상과 고통 작품에 그대로 녹여내었다. 대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여정 도중 습지에 사우론과의 싸움에서 전사한 시체들이 가라앉아있는 광경이 묘사되는데, 실제로 포탄이 터지면서 생긴 구덩이에 물이 고여 형성된 웅덩이에 시체가 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디테일한 설정들이 작품을 더욱 실감 나게 만들어서 독자와 관객이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쉽게도 톨킨은 언어학자인 본업과 <호빗>, <반지의 제왕> 집필에 집중하느라 세계관 전체를 다룬 역사서를 생전에 완성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셋째 아들 "크리스토퍼(Christopher Tolkien)"에게 자료를 남겼고, 크리스토퍼가 그를 모두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 <실마릴리온>이다. 톨킨의 업적은 중세풍 서양 판타지 장르의 기틀을 마련하여 현대문학과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이를 능가하는 작품이 나오기는 어려우리란 극찬을 받는다.


2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