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재개봉 기념 리뷰
1편에서 이어짐
<실마릴리온>의 우주 "에아"는 "에루", "일루바타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절대자에 의해 공허로부터 만들어졌다. 공허와 분리된 공간을 만든 일루바타르는 이어서 "아이누"를 창조하고 그들을 지도하여 현실의 지구에 해당하는 "아르다"를 만들게 하였다. 아르다를 창조하여 에아의 빈 공간을 다채롭게 채운 가장 위대한 열다섯 아이누들은 "발라"라 불리게 되고, 발라들을 보좌하는 역할은 "마이아"들이 맡는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주역인 "사우론", "간달프", "사루만", "발로그", "라다가스트" 등이 마이아에 해당한다.
그러나 창세는 순조롭지 못하였다. 일루바타르와 발라들이 세상을 창조하는 노래를 만들 때 발라 "멜코르"가 일루바타르가 준 주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며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하였다. 일루바타르는 분노하여 멜코르에게 경고하였으나 그는 이후로도 반항을 멈추지 않았다. 점차 탐욕스럽고 오만해진 멜코르는 일루바타르가 가진 창조의 힘인 "비밀의 불"을 넘보더니 급기야 자신의 창조주에 반기를 들기에 이른다. 아르다를 비추려 북쪽과 남쪽에 세운 두 개의 등불 "일루인"과 "오르말"을 파괴하고, 그들을 대체하려 심은 나무 "텔페리온"과 "라우렐린"도 공허에서 건너온 거미 "웅골리안트"를 이용해 말려 죽인다. 그 외에도 다른 발라들의 구상에 간섭하여 아르다를 일루바타르의 계획과 많이 달라진 형태로 고정되게 만든다. 일루바타르에게 지식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자유, 다른 발라들의 권능을 아우르는 힘 등의 값진 선물을 가장 많이 받았기에 그것이 도리어 화근이었다. 멜코르는 기어이 아르다를 독차지하기 위해 다른 발라를 섬기던 사우론과 불의 정령 발로그를 비롯한 마이아들을 포섭하고, 용과 트롤, 오르크 등의 괴물들을 동원하여 반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멜코르의 야망과 욕심은 끝내 아이누와 엘프, 인간의 연합에 의해 철저히 꺾인다. 대부분의 부하를 잃고 힘을 소진한 멜코르는 더 저항하지 못하고 쇠사슬에 묶인 채 에아 밖 공허로 추방된다.
멜코르가 몰락한 뒤 도망친 사우론은 이제 자신이 가운데땅을 정복할 음모를 꾸민다. 사우론은 본래 "마이론"이라는 이름과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물질과 기술의 발라 "아울레"로부터 지식을 전수받은 특출난 마이아였다. 그러나 멜코르의 꼬임에 넘어가 타락한 뒤 그의 부하가 되었고, 멜코르의 몰락 이후 새로운 악의 중심이 되었다. 사우론은 "모르도르"를 본거지로 삼아 자신의 교활함과 언변으로 가운데땅의 여러 종족들을 현혹시키고 이간질하며 세력을 확장한다. 그 과정에서 엘프들을 속여서 "힘의 반지"를 만들게 하여 엘프, 난쟁이, 인간에게 각각 나눠주었고, 비밀리에 그 반지들을 선물 받은 종족들을 모두 지배할 "절대반지"를 모르도르의 "운명의 산"에서 주조한다. 반지를 받은 인간의 아홉 왕들을 타락시켜 노예로 부리고, 복속시킨 인간과 오르크, 트롤, 와르그 늑대로 구성된 군대를 동원하여 자신에게 저항하는 세력을 모두 굴복시키려 한다. 그러나 엘프와 인간의 반격으로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빼앗기고 육신을 잃는다. 반지가 파괴되지는 않았기에 힘을 유지한 사우론은 반지를 추적하면서 요새 "바랏두르"를 재건하고 전력을 다시 결집하여 가운데땅을 집어삼키려 하나, 자신이 무시하던 보잘것없는 존재인 호빗에게 허를 찔려 절대반지가 파괴되며 끝내 파멸한다. 힘과 육신을 모두 잃고 무력한 영혼만 남은 사우론은 죽지도 못하고 아이누와 엘프의 보금자리인 "발리노르"로 돌아갈 수도 없어 영원히 떠돌아야 하는 참담한 운명이 된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에 딱 맞는 최후이다. 사우론이 자신의 힘으로 지탱하며 건설한 바랏두르는 절대반지가 파괴되자 모르도르의 땅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 창조주에게 죽음이라는 선물을 받은 인간은 헤아릴 수조차 없는 긴 시간을 들여 쌓은 욕망의 탑은 한순간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사실 이는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다. 멜코르가 세상을 창조하는 노래에서 불협화음을 내며 반항하였을 때 일루바타르는 분명 경고하였다. 누구도 자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으며, 설령 시도하더라도 그조차 자신의 창조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리라고. 이는 멜코르와 그의 추종자들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일루바타르의 손바닥 안에 있었고, 그들의 패망도 정해진 결말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깨닫지 못하였다. 다른 아이누들과 달리 멜코르는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게 허락되었고, 그 때문에 오만과 욕망이 지나치게 커지고 말았다. 끝없이 커진 멜코르의 탐욕은 일루바타르의 권위까지 넘보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자신을 파멸시켰다. 사우론 또한 탐욕과 자만심 탓에 주인의 말로를 보고도 깨닫지 못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권력에 대한 갈망과 그를 쟁취하려는 투쟁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결말이다.
19세기 말에 출생한 원작자 톨킨은 두 번의 세계대전과 냉전의 시대를 겪었다. 일생 동안 여러 독재자들의 탄생과 그들이 주도한 전쟁, 그리고 몰락을 목격하였을 것이다. 힘을 가진 개인의 욕망이 타인과 세상은 물론 자신에게까지 얼마나 참혹한 미래를 가져오는지 보았으리라. 21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변함없이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인류의 불행을 야기하고 있다. 오직 권력을 위해 민중의 자유와 행복, 평화를 빼앗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행복까지 내던지며 스스로 만든 지옥으로 인류를 끌고 들어간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까 두려워하면서도 되돌아갈 길마저 끊겼기에 그들은 멈출 수 없다. 왜일까? 왜 그토록 끔찍하고 공허한 욕망이 자라나서 인간을 노예로 삼고 괴롭히는 걸까?
3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