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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Dec 18. 2022

조금은 긴장되는 저녁

정신과 야간 근무

분명 더운 여름이었는데 이제는 창밖을 보면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시간은 너무나도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다. 그 사이에 근무자도 몇 바뀌기도 하며 병동 분위기가 조금씩 변해갔다. 하지만 나랑 환자분들은 여전히 이 병동에 머물러있다. 나는 여전히 정신과 만성 폐쇄 병동에서 일하고 있으며 환자분들은 언제나와 같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신다. 




최근 병동에 환자분들께서 하나둘씩 콧물, 기침을 호소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옆에 계신 환자분들도 같은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무자들도 같은 증상을 겪게 되었고 나 또한 목이 붓기 시작하더니 코엔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콧물이 주르륵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독감인 듯하여 약을 먹고 푹 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야간 근무라 감기약은 아침에 먹고 기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병원에서 나온 지 벌써 꽤 되었는데도 나는 야간근무가 가장 긴장되고 무섭다. 야간에 환자 상태가 더 악화되어 돌아가시는 모습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야간근무 때 너무 조용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정신과는 아무래도 타 과보단 내과적인 질환을 중점적으로 두지 않아 야간에 수액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환자 상태가 더 악화되진 않았는지를 보진 않는다. 그래도 라운딩을 돌며 환자분께서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고 계시진 않은지, self talking을 하며 다른 환자분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계시진 않은지, 자살시도(예전에는 종종 있었다고 한다)를 하고 계시진 않은지, 그리고 숨을 쉬고 계신지 등을 확인하곤 한다. 오늘은 어떤 병실에서는 환자 한 분이 울부짖고, 어떤 병실에서는 계속해서 근무자 눈치를 보며 타 병실로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환자분도 계시고, 또 어떤 분은 컵을 계속해서 떨어뜨려 목탁 소리처럼 나도록 하며 수면을 취하지 않고 복도 한가운데에서 기도를 하는 등 조용한 야간 시간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환자분께서 다치거나 생명에 위협이 될만한 상황은 이루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실제로 나는 이곳에서 야간에 환자분께서 화장실 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시는 분을 봤다. 산소포화도(혈액 안의 산소농도)도 현저히 떨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혈압 수치가 너무나도 낮아 자동혈압계로는 측정이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라운딩을 제대로 돌지 않았다면 이 환자분은 사망한 채로 발견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졸리더라도 긴장하면서 일을 하게 된다. 




야간 근무는 보통 당일날 업무에서 누락된 것이 없는지 꼼꼼히 리뷰하며, 다음날 데이, 이브닝 근무자들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는 게 주 업무이다. 주 업무를 하며 환자분들 상태를 한 시간마다 라운딩을 돌며 확인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놓칠 때가 있다. 야간근무를 하면 눈은 반으로 감기고 속은 쓰리고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가끔은 멍하게 병동을 쳐다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정신줄을 놓고 일을 하게 된다면 정말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야간 근무는 오래 하면 할수록 피로도가 누적되는데 간호사는 보통 최소 2일~3일 정도 야간 근무를 하고 우리 병원 같은 경우에는 4일까지 연속으로 하기도 해서 마지막 야간 근무 날에는 제정신이 아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몸소 체력이 많이 깎이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오랜 기간 야간근무를 하다 보면 암 발생률도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에 삼 교대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 고민되기도 하다. 지금도 벌써 삼교대를 하기 때문에 불규칙한 삶을 살고 있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면역력이 낮아져 감기도 쉽게 걸린다. 병동 업무를 하며 환자분들께 간호하는 것은 좋으나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야간에 아무래도 환자분들께서 주무시고 병동이 조용하기 때문에 환자분들께서 직접 근무자를 찾아 증상 호소를 하지 않으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환자분께서 위험한 상황이 생겨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 까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다. 오늘도 이번 주 마지막 야간근무를 마무리 지으며 깊은 고민을 떠안고 퇴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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