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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Jul 16. 2023

마약.

정신과 병동의 마약환자 이야기 

이제는 뉴스에서 마약류 사범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기사와 인식 이상으로 마약이 많이 확산되었다는 기사가 낯설지 않게 자주 보인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대마초 파티에 초대받아 대마초 빵을 볼 수 있었고 실제로 대마초를 하는 대학생들이 많으며 마약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친구의 이야기 외에는 주변에서 마약을 하는 친구를 본 적이 없어 꽤나 머나먼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정신과에서 일을 하니 환각제 사용에 의한 급성 중독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마약을 하기도 하고, 마약을 전달하다가(환자의 말에 의하면 마약 전달을 하면 20분당 1000만 원이라고 한다) 경찰에 붙잡혀 정신 감정을 위해 20대 중반 여성 환자가 우리 병원으로 내원하였다. 


"선생님, 제가요 부모님께서 제가 한번 더 마약 하면 호적에서 파버린다고 했는데 전 유치기간 끝나는 대로 또 할 거예요. 흐흐흐!"


그 감정 환자분께서는 내게 웃으며 감정기간이 끝나면 교도소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1년 정도의 복역기간을 마치면 또다시 마약을 할 것이라며 이야기하였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마약을 하느냐고 물었는데 내게 돌아온 대답은,


"제가 이번에는 꼭 마음을 먹고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선생님 마약은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에요. 제 주변사람에게도 그래서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마약은 진짜 끊기 너무 힘들어요."


며칠 후 또다시 새로운 20대 초반 마약 환자가 입원을 했는데, 처음에는 횡설수설하며 거의 눈을 감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느릿하게 걸어 다녔고, 이곳이 어디인지 인지도 하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고서야 아이컨택이 가능했고,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 환자분은 나의 케이스 스터디 대상자로 여러 번 면담을 시행했는데, 마약을 그 흔히 아닌 텔레그램을 통해 구입하였고 이후 주변인에게도 권유했다고 한다. 국내도 생각보다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다니, 조금 충격이었다.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마약 환자들이 늘어날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이 환자분께서는 양극성 정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셨고, 면담 시 불안정한 감정을 내비쳤다. 웃으며 이야기하시다가 이내 가족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고였다. 


"지금은 피부에 벌레가 기어가거나 하는 느낌은 없어요. 저는 필로폰이랑 캔디(MDMA)를 했어요. 근데 마약 하니깐 계속 살이 빠지더라고요. 그리고 금방 지치고 간지러운 느낌이 있고 손이 저리고 애간장이 타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은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고 오늘은 아니지만 가끔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있어요. 아, 가끔 혀가 마비되고 저릿한 느낌도 있어요!"


환자분은 종종 금단증상을 호소하며 주치의의 진단 하에 약물 조정을 받으셨다.  환자분께서는 퇴원을 원하셨으나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환자분께 아직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을 설명받았다. 


가끔 치통으로 진통제를 요구하시는 환자분이 계셨는데, 왜 이가 아픈지 여쭤보았다.


"선생님, 마약을 하면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래서 이가 부식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마약을 하면 나도 모르게 힘을 꽉 주어 이가 부서지더라고요."


또한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인지 여쭤보았는데,


"마약을 할 때마다 혀의 세포가 불어나는 느낌이고 간지럽고 입안에 곰팡이처럼 하얀 게 생겼어요. 침도 막 흘리게 되더라고요..."라고 표현하셨다. 


마약으로 인해 금단증상을 겪고, 이후 후유증과 악화된 대인관계를 보였다. 입원을 하면 피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이미 혈관이 굳어 피검사에서도 어려움을 느꼈다. 


호기심으로 시작하였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많은 것을 잃은 후 후회를 하시는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부디 골든 타임(첫 마약)을 놓치지 말고 치료를 받길 바라고,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약으로 인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포기를 하는 환자분이 계셨는데, 스스로 재활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마약으로 인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약은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며 마약 후 금단 증상은 뼈 마디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준다고 한다. 더 이상 마약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입원을 하신 환자들이 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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