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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왕궁 booking.com 에러

난 Queen이다.

by Kevin Haim Lee
여왕을 위한 왕궁 침실
왕궁 의자


Booking.com의 에러


21일 동안의 유럽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이탈리아 밀라노였다.


프라그-체스키 크림로프-부다페스트-잘츠부르크-할슈타트-비엔나-베니스-밀란노-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지는 힘든 일정이었다.


한국에서 3명의 친구가 프라하로 날아왔다.

난 텔아비브에서 3시간 30분만 비행을 하여 프라하에 먼저 도착하였다. 밤에 도착할 친구들을 기다리며 가슴이 설레었다.

미리 친구들이 주문한 라거 맥주와 애플 사이다를 슈퍼에서 사다 놓고 9시간 정도 친구들을 기다리며 여행의 첫 도시를 호젓이 즐기었다.


이번 여행은 잦은 해외여행을 하여, booking.com에서 숙소를 예약하는 것과, 도시 사이를 오가는 기차를 전문가처럼 예약할 수 있는 서울의 친구가 전적으로 일정을 짜주었다.


모든 일정은 친구의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

할슈타트에 도착하자마자 내리는 폭우에 잠깐 멘털이 나갔다가, 친구 3명은 비를 맞고 도시를 돌기로 계획하고 나는 근처 카페에서 23킬로 되는 가방 3개를 지키며, 친구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한국에서 온 친구들은 엄청난 체력을 발휘하였다. 항상 아침에는 한식으로 식사를 하였고, 아침 식사 후에 아침 여행을 하였다. 친구들은 유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우산으로 쨍쨍 비추는 햇빛을 가리며 부지런히 곳곳을 누비며 여행 점을 찍었다.


오후에 점심을 먹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 필수적인 야경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난 저녁여행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한국 친구들의 전투적인 여행 체력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난 오후가 되면 체력이 방전되어 친구들을 따라다닐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밤여행을 떠나고, 난 숙소에 남아 유튜브 한국 드라마 노래들을 따라 부르면서 나대로의 밤 여행을 즐겼다.


오늘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잘츠부르크에서 일어난 숙소 사건이다.


부다페스트에서 기차를 타고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였다. 기차역에서 미로처럼 복잡한 출구를 겨우 찾아 숙소로 구글 맵을 열고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왓츠업이 '팅'하고 울렸다. 잘츠부르크 숙소 담당자의 긴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너무 미안하다. 우리 쪽 실수로 Booking이 더블로 예약이 됐다. 그래서 예약된 숙소 근처에 너희들을 위하여 다른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그리고 아침식사도 예약했다. 정말 미안하다."


몇십 년을 booking.com을 이용했지만, 예약 당일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예약된 숙소로 가기 전에 메시지를 확인해서 다행이긴 했지만, 불쾌하고 황당했다.


그리고 새로 예약된 숙소에 도착하여 지정된 방에 올라간 우리들은 '푸하하...' 하고 저절로 폭소가 터졌다.


새로 예약된 방은 일반 숙소와는 달리 왕궁 스타일의 신혼부부를 위한 데코레이션 되어 있는 평생 예약할 수 없는 스타일의 방이었다.


2층의 일반 객실과, 3층의 궁전 객실을 확인하고, 나는 궁전 객실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살아생전에 이런 방에서 묵을 기회는 다시없을 것 같았다.


잠깐 동안은 어색했지만, 샤워를 하고 다시 본 왕궁 침대는 내 운명처럼 느껴졌다.


나의 이스라엘 이름은 케븐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보기 드문 영어 이름이다. 이 케븐이라는 영어 이름을 히브리어로 적으면 발음이 , "퀸"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나는 히브리어로 불려지는 "퀸"이라는 나의 이름에 이제 익숙해져 있다.


처음에는 "케븐이야"하며 상대방에게 지적을 해 주었지만 지금은 "퀸(여왕)"이라고 불러도 "오케이, 나야" 하며 지적하지 않고 대답을 한다.


가끔씩 실수로 이스라엘에서 '여왕님'이라고 불려졌던 내가 왕궁 침실에서 하루 숙박을 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내게는 필연적인 경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의 여러 곳을 사진으로 찍으며 아쉽게 떠나야 했던 찰추부르크의 왕궁 침실은 내 평생 동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P.S : 숙소를 예약했던 친구는 booking.com 에 장문의 complain을 이메일로 보냈고, 결국 50 Euro의 voucher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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