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지겨워! 지겨워"
한국은
어제부터 날씨가
구질구질하다.
마침 오늘은
별 계획이 없어서
아들만
'슈퍼맨'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난 영화관
카페에서 아들을
기다리며
이제 남은
1주일 일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시끌벅적 카페에
앉아서 다이어리를
요리조리
끄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욕설이 들려온다.
"야, 씨발 X아,
너, 제대로 못할래?
왜 나한테 전화를 돌려?
차라리 나가서 뒤져라!"
뒤쪽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헤드폰을 끼신
진짜로 참하게
생기신 여성분의
욕설이 시작된다.
너무나도 우렁찬
그녀의 목소리에
카페가
소름 끼치게 흔들린다.
아마도 본인이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자신의 목소리 강도를
못 듣는 것 같다.
그녀의
힘 있고 무시무시한
욕설은 계속하여
그녀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욕의 강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아!
대단하다!
설마 지금
카페에 계신 분들이
모두 귀머거리라로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대낮이라
술에 취하신
술주정일리도 없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이고, 지겨워, 지겨워!"
이 말이 한국의
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가 힘들 때마다
내가 내뱉었던
오리지널 한국어였다.
이 "지겨워! 지겨워!"를
여러 번 쏟아내면
아이들은 바짝 긴장하며
하던 행동들을 멈추고
나를
두려워했었다.
이 말은
아이들에게
내 최후의
인내심이 바닥을
내려쳤음을
보여주는
욕설이었다.
나도 30년 전
한국에 살았을 때는
한 성깔을 하던 사람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면
면전에 두고
끊임없는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고 난 뒤,
한국 욕을 할 사람이 없었다.
자연적으로
한국욕을 잊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씩
이스라엘에 살다가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
나도 모르게 한국의
쌍소리가 자연스레
내뱉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나의 한국욕을
몰라 주길 바라며
가끔씩, 아주 가끔씩
한숨처럼
새 나온다.
나이가 늘고
아이들이 크고
직장을 관두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이제 욕을 하게 될
순간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는 타인이 살짝
이해된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면
내가 화가 날 일이 줄어드는 게
확실하다.
이제 좀 더
진정하고 살아야겠다.
나이 오십에
쌍욕을 한다면
나는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