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전쟁 - 두렵지 않다.

전쟁에 익숙해지는 방법

by Kevin Haim Lee

사이렌이 울리면,

걷기로 했다


25일째 계속되는 전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 두렵다기보다는

지겹다.


서울 엄마와 언니는

한국 뉴스를 보고

안달이 나셨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한국 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혼란스럽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를 열었고,

거리의 조그만 커피숖에는

손님들이 드문드문 앉아있다.


집 근처 공원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부모들은 평소처럼 앉아 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정말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한 달 전부터 잡혀있던
친구의 생일 저녁 모임

그대로 진행됐다.


취소를 할까?

단체톡에 올라온 문자

생일파티 취소는

엄지 척 이모지가 올라오면서

무산이 되었다.


사이렌이 울리면
건물 지하실로 대피하기로 하고

각자 준비해 온 음식들을
우리는 웃고, 먹고, 와인을 마셨다.

그 누구도 전쟁으로

위축되어 있지 않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그녀들을 보며

나도 전쟁을 잊게 되었다.


밤 10시,
결국 사이렌이 울렸다.

우리는 깔깔거리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와인을 한 병 더 열었다.


어제는 새벽에 세 번,
낮에는 다섯 번.

사이렌이 울렸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이미 3000보를 걸었다.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미사일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 갇혀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생존방식을 만들었다.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한다.
그리고 경고가 끝나면

집으로 올라가지 않고

거리로 나가기로 했다.


모자, 이어폰, 선글라스
챙겨서 대피소로 내려간다.


구글맵을 열고 걸으면

근처에 있는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방금 울렸으니까,

'당분간은 조용하겠지'

이어폰을 크게 틀어 놓고

동네 아는 길을 걷는다.


이틀 동안 만보를 넘겼다.

운동하기를 싫어했던 내 몸이

아이러니하게도
길어진 전쟁 속에서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전쟁에 익숙한 나라다.

나도 이미 전쟁에 익숙하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전쟁을 일으킨 목적과 이유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여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이 전쟁이 정당해질까?


나는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나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 전쟁하기를 바란다.


이번 전쟁이 언제 끝이 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사이렌과 걷기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좀 다져졌다.


그래,
두려움에 잠식되기보다는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럴 수 있다고.


전쟁 속에서도

우리는 먹고, 자고,

살아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걸었다.


아들은 예비군이 되었고

딸은 군인이다.


둘다 오늘 아침에

부대로 들어갔다.


걱정되지 않는다.


사이렌을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전쟁이 이럴 수 있을까?


거리의 오가는 사람들

오가는 자동차들


그들에게서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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