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유튜브 교실

by 정수TV

중학교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 부모님을 졸라 그 당시 매우 비싼 8비트 컴퓨터를 샀다. 너무 좋아서 이틀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잠도 잘 수 없었다. 끝내 어머니께서 컴퓨터를 못하게 할 정도였으나 나는 너무 좋았다. 그렇게 컴퓨터에 빠져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대한 기본 기능은 물론 수리까지. 게다가 직접 랜선 연결하는 법까지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의 대세인 유튜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교사가 되어서도 유튜브로 학습 영상을 만드며 자연스럽게 영상 만드는데 노하우가 쌓이게 되었다. 어느 날 교감 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예, 교감선생님?"

"조 선생, 컴퓨터 강의 좀 하나 해줘."

"하하하, 무슨 주제인데요?"

"휴대폰 앱인데 멘티미터와 패들렛에 관한 건데 다른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왔어"

사실 나는 영상 쪽에 관심이 있어 그쪽 프로그램만 다루었지 휴대폰 앱에 관련된 공부가 안되어있었다.

"죄송해요. 제 분야가 아니에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내가 세상 바뀌는 속도에 못 쫓아감을 알았다. 그 후 그 휴대폰 앱을 유튜브를 통해 익혔고 사용법도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정말 세상은 준비된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며칠 후 공문을 내려와서 읽어보니

"학부모 대상 유튜브 관련 영상제작 연수을 위한 강사 협조"라는 제목이었다.

'그래, 이거구나!' 신청하니 바로 강사 승인이 되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그 휴대폰 앱 두 개도 교육과정에 넣었다.

그렇게 총 3일에 거쳐 똑같은 주제로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씩 연수를 하는 과정으로 처음에 얼마나 떨리던지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사실 연수만 듣는 수강생이었다가 가르치는 강사 입장이 되어보니 엄청 흥분되고 떨렸다. 그런데 나쁜 떨림이 아니라 설렘이 더 맞는 표현이었다.

강의 전날 대형 마트에 들려 새 반팔 옷도 사며 내일 있을 첫 강의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스스로 다졌다. 그런데 다음 날 왜 그렇게 떨리던지. 새 옷인데 얼마나 땀이 나던지 옷이 젖을 정도였다. 그렇게 수업을 끝나고 기분 좋게 강의실을 나서는데 옆반 수업이 눈에 들어왔다. 옆반도 다른 주제로 컴퓨터 수업을 하고 있었다. 살짝 강의하는 모습을 봤다.

'키네마스터를 이용한 영상 촬영'이란 주제였는데 역사 휴대폰 앱을 이용한 수업이었다.

'아! 이제 동영상 편집도 휴대폰으로 한단 말인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 키네마스터가 도대체 뭔가? 또 영상을 봐가면 공부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편집은 컴퓨터'라는 고정관념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강사들은 이미 그 부분을 넘어섰고 간단하게 휴대폰 앱을 이용해서 촬영 및 편집까지 원스톱으로 작업이 가능하게 했다.

그날부터 안 되겠다 싶어 나의 연수에 키네마스터라는 앱 사용법도 넣었다. 그리고 다행히 두 번째 연수는 몇 주 뒤라 충분히 보충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수업을 한참 하고 있는데 1교시 끝나갈 무렵에 어느 학부모님의 질문이 있었다.

"선생님은 유튜브로 얼마 버세요?"

정말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운 질문이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할까? 그냥 원래 학습내용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다 사실대로 얘기하는 게 좋겠다 싶어

"저는 월 3만 원 정도 벌어요"라고 사실대로 말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이더니 1교시 때의 집중하던 모습을 2교시부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질문받는 시간에도 질문 조차 없이 아쉽게 수업이 끝났다. 이미 수업 분위기는 1교시 말미에 끝나고 말았다.

'뭐지? 1차 수업 때는 질문도 많고 즐거웠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늦게 가고 영 수업의 탬포를 놓친 기분이네' 집에 와서도 마음이 찜찜했다. 집사람에게 오늘 있었던 수업을 이야기했더니 나에게 차라리 학부모들이 관심이 있는 유튜브로 돈 버는 방법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그래 맞다 나는 교육공무원이라서 돈 벌려고 유튜브를 하는 게 아닌데 토요일 오전. 그것도 휴일에 이곳에 온 수강생들은 돈을 벌기 위한 유튜브가 목적이었다.' 내가 그 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나는 오직 나처럼 영상 만드는 기법을 배우는 것이 목적인 줄 알고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준비했던 것이다.

이후 나는 처음부터 PPT를 다시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 수업 자체를 돈 버는 것에 맞춰야 했다. 그렇게 PPT를 만들고 났더니 수업하는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교사 유튜버가 되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영상을 만들고 싶은 거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지막 3차 수업시간 되었고 정말 많은 학부모들께서 오셨다. 그리고 새롭게 준비한 PPT를 통해 유튜브를 통해 돈 버는 방법을 설명했다.

수업은 대성공이었다. 모두들 만족한 표정에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나도 신이 나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전수하는데 시간이 부족함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어느 학부모님 한 분이 나에게 건네준 밤 한 봉지. 본인이 직접 산에 가서 주워 까왔다고 하며 건네는데 기쁘게 받았다. 집에 와서 그 밤을 꺼내 먹으며 오늘 있었던 기분 좋은 강의가 떠올랐다. 역시 학습자의 니즈를 만족해주는 수업이 최고의 수업이었다.

EcBsQ6vJErXbr9iNczpMU5tPwP0.jpg 학부모 유튜브 교실을 했던 장소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전문직 시험을 치른 장소이기도 하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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