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너무 좋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마음 한편에 쓰린 기억이 자꾸만 나를 괴롭힌다. 방학을 얼마 남기지 않는 시점에 어느 여학생과 그 부모님이 나를 아동학대로 고발하겠다고 하여 학교에서는 그냥 피하는 게 낫다라며 2학기에 휴직을 조심스럽게 권했다. 학기 초에도 그 아동이 이상하게 나를 싫어하여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가면 갈수록 상황이 이상해지더니 끝내 그 부모가 나서서 나의 잘못된 과오에 대해 조사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게다가 올해뿐만 아니라 몇 년 전의 이야기까지 조사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몇 년 전의 나의 과오까지 조사해서 일을 삼겠다고 하는 것은 거의 협박으로까지 느껴졌다. 무엇보다 관리자들이 문제가 커질 것을 염려되어 그냥 나에게 조용히 휴직할 것을 권하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도저히 참으면 안 될 거 같았다.
"법적으로 나서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단호한 말을 내뱉었다. 평소의 나의 성격상 꿈도 못 꿔볼 말이었지만 나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니 더 이상은 안된다는 내 내면의 말인 듯싶었다. 그러면서 나는 방학기간에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좀 교직에서 오래 굴렀기 때문에 봉급도 많아지고 사는 게 편해졌다. 안정된 삶이 있었는데 이런 일을 겪고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심을 품에 되었다. 어쩌면 젊은 시절 교대에 다니면서 나와 동년배인 다른 사람들이 겪어야 했을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안 한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생각에 잠겨 보았다. 그랬더니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머리가 엄청 아파왔다. 역시 고민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난 모르겠다."였다. 과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모르겠다는 게 나의 대답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 학교에서 어느 신규 후배 교사가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다. "선배님은 교직을 뭐라고 생각하세요?"였다. 나는 며칠 고민한 끝에 "돈을 버는 거야"라고 했던 생각이 났다. 그 말을 들은 후배는 심하게 실망하는 눈빛이었고 그 후 나에 대한 실망감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장난 같지만 나의 내면 속 진심이었다. 돈을 벌어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기에 교직은 그냥 돈을 버는 수단이었다.
그런 나의 돈을 버는 수단이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야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 글을 처음 쓴 지 일주일쯤 지났을까 여유로운 방학기간이고 위의 문제를 생각하자니 마음이 너무 아파왔다. TV를 보다 보니 하루종일 TV 앞에서만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겨울왕국 2를 본 사람이라면 이런 대사가 생각났다. 영화 속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남이 나를 싫어한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 시간이 흘렀을 때 서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