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by 정수TV

직장인이라면 매 2년째가 되면 어김없이 해야할 일이 있다. '건강검진' 보기엔 참 나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말 같지만 실제 검강검진을 받고 나면 그 당혹감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피 뽑고 몸무게 재고, 키재고까지는 그냥 평이한 검사이며 선택적으로 돈을 추가하면 저렴한 가격에 초음파나 CT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내시경이다.

누구나 수면 내시경을 하여 나도 몇 해전에 수면내시경을 신청하고 룰루랄라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OOO님 들어오세요. 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침대에 누워 혈관을 타고 오는 마취약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잠이 깊게 들었다. 주위가 시끄러워 일어났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수면중 내가 몸을 움직여 위험해서 내시경 검사를 못했다고 하였으며 그냥 검사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예?!" 나는 비몽사몽 정신없이 검사를 받았는데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간호사 한분이 나의 손을 잡아 주셨던 것이다. 그 온기는 아직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검사가 끝나고 다음부터는 수면내시경을 하지 말것을 추천받았다.

그 후 2년이 다가올 수록 사람의 마음이란게 쪼그라들다 못해 시니컬 해지기 까지 했다. 아침에 이를 닦다 헛구역질까지 하게 되었다. '아! 올해에는 잘 견딜 수 있을까? 이렇게 이를 닦는것도 힘든데' 약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세상 빠른게 세월이라고 또 그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빈 속으로 병원에 도착했더니 역시나 일사천리 나의 키, 몸무게, 시력, 청력, 피뽑기, 소변검사 등이 끝나고 추가로 신청한 복부초음파까지 어찌 그리 빨리 진행되는지 이렇게 많이 대기하는 사람들도 무색할 만큼 나의 순서는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새 드디어 내시경 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차트를 갔다 주자 마자 나를 불렀다.

아마도 대기하는 분들은 모두 수면이기 때문에 쌩으로 하는 내가 순서에 상관없이 부른듯 싶었다. 역시나 그 참혹했던 순간들은 글로 쓰기에도 버거워 생략하고 싶다. 그렇게 검사는 끝이나고 집에 오는길에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다. 내가 어느 순간부터 염세적이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변했는데 아까전 내시경을 위해 긴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때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극한의 상황이 되면 부정적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내가 겪어보니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 시간을 버틴거 같다.

내 주위에 건강을 못지켜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한 분들이 많다. 가깝게는 아버지 부터이고 친하게 지내던 선배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도 10년 전쯤에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었으면 '내 방탕하게 인생을 살아야지'라고 마음 먹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일이 잘못되어 그러질 못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일이 잘되었다면 지금 건강검진에서 어떤 나쁜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2년마다 있는 건강검진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에 알게된 일인데 아직도 어느 기업체에서는 건강검진이 의무가 아니라고 한다. 나도 이번에 건강검진을 접수하고 있을때 어느 남자분께서 작업복을 입고 오셨는데 그 업체에서 내가 검사했던 병원과 연결이 안되어 건강검진을 못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어느 직장인이라도 자유롭게 건강검진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이번 건강검진을 통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새삼 깨우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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