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학교에서 교무역할을 맡았다. 승진과는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고 작년에 교장선생님께 내년도 교무는 저에게 맡겨달라고 어려운 말을 하였고 흔쾌히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나는 당연히 그 당시 교장선생님과 즐겁게 교무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교장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가셨고 새로운 교장선생님과 함께 교무생활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잘 몰랐다. 전혀 맞지 않는 타입이란 것을. 3월 중반부터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도중에 그만둘까도 생각 들었다. 그래도 오랜 직장생활로 단련된 타입이라 뭐라 하든 말든 내 뜻대로 일을 추진하고 좋지 않은 말 듣고 그런 1년의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학교의 마지막 행사는 졸업식이었다.
그동안 경험으로 6학년 선생님들이 졸업식 준비를 하고 교무인 나는 사회를 보고 장학금을 처리하고 뭐 이런 굵직스러운 일들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렇게 하려고 했으나 역시나 나에게 졸업식 관련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처리하라는 윗선의 명이 있었다. '너무하네!' 생각은 들었으나 그간 경험을 토대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냥 열심히 졸업식 준비를 했다. 팸플릿도 디자인하고 플래카드도 신청하고 졸업식 당일 무슨 말을 할까 시나리오 작성에 학부모 및 학생들이 먹을 간식까지 직접 구입해야 했다. 누가 보면 내가 무슨 졸업식 못해 한 들린 사람처럼 일을 해야 했다. 정말 사소한 것까지 해야 했다. 졸업식 전날은 운동장에 많은 학부모들의 차를 주차하기 위한 주차선을 그리면서 그것은 도저히 부끄러워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나를 보는 아이들이 "선생님 뭐 하세요?"라며 묻는 통에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같이 일하는 체육 선생님께 "나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발 물러서고 그 선생님이 주차선을 잘 그릴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있었다. 일이 끝나고 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내 교직생활 동안 운동장에 주차선 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학부모 및 학생들의 간식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를 들릴 때도 약간 면이 안 서고 그랬는데 주차선까지 그리는 것은 나 스스로도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드디어 졸업식 날이 밝아왔다.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 대로 졸업식을 진행했다. 나를 도와주는 많은 선생님들이 나의 말과 손짓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졸업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 좋았다. 그렇게 졸업식은 성대하게 이뤄졌고 부모님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졸업생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행사 후 썼던 의자들을 정리하며 내가 오늘 한 일들은 나에게 참 귀한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