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에너지를 받는 방법

by 정수TV

올해 벌써 이번 학교에서 5년을 근무하였으니 다른 학교로 옮길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법상 교사들은 한 학교에 최대 5년 이상 있을 수 없기에 떠나려고 보니 찹찹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방학기간을 맞이하여 그동안 못했던 자료를 들을 정리하며 옛 생각에 빠지곤 한다. 때는 10년 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시골학교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시골에 있으니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 공기도 좋고 가르치는 아이들도 적었고 게다가 적은 교직원들 하나같이 친절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정신없이 봄, 여름, 가을이 흘러갔고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니 자연스럽게 학습발표회란 것을 하게 되었다. 교사로서 학습발표회는 피했으면 하는 행사이다. 한 달 이상 아이들과 연습해야 하고 혼을 내고 싫은 소리를 해야 겨우 무대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 문제들로 선생님들의 반대가 많기 때문에 해본 적이 없다. 그 당시는 누군가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시절이라 학교에서 하는 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학교라 과학과 음악 전담을 동시에 맡았기에 음악시간마다 아이들에게 학습발표회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학습발표회에서 외발자전거 시범을 맡아 처음으로 외발자전거에 앉아 보았으나 이것은 내가 탈 수 없다는 것을 즉시 알았기에 기존에 잘하는 아이들을 위주로 새로운 아이들을 영입하여 연습을 시켰더니 의외로 아이들이 잘 따라 해줬다. 문제는 친하게 지내던 담임 선생님 한분이 나에게 아이들 학습발표회를 지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때는 내가 왜 흔쾌히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그 반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시간에 통기타와 노래를 지도하게 되었다. 기타는 기본 코드를 가지고 칠 수 있는 음악을 준비해서 연습시켰고 노래는 유튜브에서 아이들 합창하는 유행하는 곡을 연습시켰다. 정말 하루에 몇 개의 연습을 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이들과 연습으로 고생해서 그런지 아이들과 정도 많이 들고 웃을 일도 많았다. 그렇게 맹렬히 연습했더니 어느 정도 학습발표회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되어갔다.

드디어 학습발표회 날이 밝아왔다. 얼마나 연습을 했더니 나는 벌써 진이 다 빠졌고 아이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많은 학부모님들 앞에서 통기타를 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흐뭇했다. 생각보다 잘 안 되는 모습에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반주에 맞춰 신나게 기타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부모님들도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이어진 노래는 반주가 시작되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얼른 고개를 뒤로 돌렸는데 아이들이 노랫소리에 내가 감동을 받은 듯싶었다. 생각해 보니 우느라고 아이들 노래를 제대로 보지를 했던 거 같다. 그리고 학습발표회 마지막 순서로 외발자전거 시범을 보였다. 기존에 내려오던 안무에 내가 좀 더 변형시켜 음악에 맞추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학습발표회가 끝나고 한 달 이상을 전교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가르쳐 달라고 하여 아예 외발자전거 반을 만들 정도로 반응이 대단했다. 신기하게도 나는 외발자전거를 못 탔지만 잘 타는 아이들을 보고 이렇게 해보라고 손을 잡고 몇 바퀴 돌아주면 아이들은 쉽게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나는 교직생활을 하며 매일 내가 봉사하고 나의 에너지를 소진했다고 생각 들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아이들 덕분에 노래지도, 외발자전거 타기, 통기타 튕기기 등 아이들과 나에게 큰 즐거움 되었다고 생각 든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선생님들끼리 배드민턴 연수를 받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어느 젊은 여선생님들의 대화를 우연하게 듣게 되었다. 요즘 방학이 되어보니 아이들을 못 만나서 그런지 맨날 집에만 있고 우울증에 걸린 거 같다고. 근무할 때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좋은 에너지를 받았는데 집에 있으면 편하고 좋을지 알았는데 오히려 힘들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나의 경험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wEO5s3PMxMqGcZWxkZDrS95YaXM.png


매거진의 이전글귀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