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옮기는 시즌이 되어 아이들과 인사를 하는 괴로운 순간이 다가왔다. 교장선생님께서 내가 나이도 있고 하니 나에게 떠나시는 선생님들을 대표해서 한마디 해달라고 하셨다. 한 번은 고사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말씀에 전날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 인터넷도 찾아봤는데 무슨 회사에서 퇴임하는 분들의 이임사가 많았고 나와 같이 학교를 옮기는 선생님들의 글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첫 줄을 썼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우리가 만나지 벌써 여러 해 흘렀습니다. 오늘 안녕이라고 말하려니..."부터는 눈물이 눈앞을 가려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짧은 원고가 완성되고 다음 날 방송조회로 아이들 앞에 섰다. 내가 쓴 부분을 그냥 읽었다. 그날은 졸업식도 진행해야 했고 이 조회가 끝나고 나면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회가 끝나고 나는 졸업식을 하러 강당으로 향했고 이것저것 준비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여러 명의 아이들이 몰려왔다.
"선생님 꼭 가야 하나요?" 아이들이 울먹거리면 이야기하는데 그것을 지켜본 졸업식에 일찍 온 학부모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나와 아이들을 지켜봤다. 나는 졸업식 준비로 바쁜데 아이들이 찾아와 대성통곡을 하고 있으니 난감했다. "얘들아, 오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졸업생 들인데 어서 교실로 돌아가라" 이렇게 아이들을 다독이고 돌려보냈는데 주위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참 따뜻했다. 나도 사실은 이 순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보는 앞에서 아이들의 진심 어린 말들을 들을 수 있으니 대한민국 교사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울며 찾아온 아이들과 수업시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선생님 꼭 가야 하나요?" 아이들의 질문에 교육법상 선생님은 한 학교에 5년 이상 있을 수 없다고 말을 해도 뭔가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기에 곰곰이 생각하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보다 더 멋진 남자 선생님 오실 거야!"
"선생님 보다 더 잘생기셨나요?"
"물론이지, 선생님 보다 더 젊고 잘 생긴 선생님이 오실 거야."
순간 무엇을 생각했는지 아이들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그럼 되었어요"
세상 일이란 참 오묘하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정작 학교에는 새롭게 여자선생님들만 오셨고 모두들 체육을 기피하셔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는 체육 전담 교사 자리를 하나 빼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나와 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은 올해에는 사정상 체육전담수업을 못하고 담임 선생님과 체육수업을 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얼마나 기대할까? 나보다 훨씬 젊고 잘생긴 선생님이 오실 거라 손꼽아 기다릴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