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슬픈 말이다. 그런데 사정이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진학하는 둘째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진학을 포기하고 공부를 해서 다른 학교로 진학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얼마 전 그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가까워지고 단상에서 상을 받는 아이들이 소개되자 자기와 같이 공부하던 아이들은 서울대학교를 진학한다고 단상에서 200만 원의 장학금과 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오더니 그날부터 아이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눈에서 광기를 봤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아이가 대학을 진학 못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보기엔 그리 나쁜 대학이 아닌데 갑자기 자기가 진학할 대학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더니 끝내 재수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찌나 확고한 말이던지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그렇게 등록금과 기숙사 사용료를 모두 환불받으려는데 부모인 내 통장 사본이 필요하다는 말에 서랍 속 내 통장을 찾아 주려고 아이의 방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오늘 저녁 내 통장을 주면 아이는 바로 재수의 길로 들어설 테지?' 아이의 방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통장을 못 찾아 아무래도 내일 줘야 할 듯싶어"라고 말하고 다시 통장을 내 서랍 속에 넣었다. 뭔가 남과 비교해서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험난한 재수의 길로 들어선다는데 어느 부모가 흔쾌히 허락할 일이던가! 나는 다음날 하루종일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대학을 3개월 정도 다녀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단 생각이 들어 오후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3개월만 다녀보고 결정해!" 그 후 가정은 두 동강으로 절단 났다. 부모로서 이미 내뱉은 말은 태산과도 같았고 아이는 울며 불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매번 나의 말에 반대만 하던 집사람마저도 나의 의견에 어쩐 일로 동의했다. 나와 집사람 모두 대학을 다녀본 경험을 통해 대학생활이 그만큼 나쁘지 않았다는 경험에서 울어 나오는 말이었다. 그렇게 세 번을 1박 2일간 싸우고 끝내 나의 말을 듣는 아이의 모습에서 깊은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아이가 한 말이 기억난다.
"이제 아빠와 나는 남남이야!" 남남이라도 좋다. 부모의 뜻에 따라 옳든, 옳지 않든 선택을 해준 아이의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