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의 시간

by 정수TV

나는 어렸을 적부터 친구들과 크고 작던 싸움이 잦았다. 특히, 무척 억울해했던 기억이 많다. 내가 남을 이해 못 할 때도 있었고 남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했을 때 그렇게 어울 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일지 몰라도 학창 시절엔 화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오죽 화가 많았으면 대학생 때 갖고 다니는 지갑 속에 "화내지 말자"라고 크게 쓰고 다닐 정도로 화를 많이 냈다. 직장을 다니면서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역시 화를 자주 냈다. 아이들에게도 화를 내고 뭐라 하는 관리자들에게도 화를 내기도 했다. 가정생활 또한 화를 자주 냈다. 집사람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자주 화를 내며 싸우게 되었다.

작년 아동학대를 하였다고 하여 법원에서 지정해 준 상담선생님과 이야기를 매주 나누면서 상담 선생님께서 내가 왜 아동학대가 되었는지 그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매우 고통스러웠는데 나는 내가 어렸을 적 배울 때를 비교하여 분명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이 그러하고 상담선생님께서 그 상황을 모두 듣고 나더니 미안하지만 아동학대가 맞다고 했다. 나도 이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정해야 할 것은 이제 깨끗하게 인정하는 게 나을 듯싶었다. 아동학대 맞다. 내가 몰랐을 뿐 내가 한 말과 행동은 아동학대가 맞았다.

상담선생님은 그럼 그 상황이 또 닥쳤을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다음 주까지 숙제로 내주셨다. 괴롭지만 1주일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만약 그런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내가 한발 물러서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1주일 후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니 그 부분이 맞다고 하였다.

내가 비록 아동학대 건으로 상담을 받았지만 그 솔루션은 사실 나의 생활 전반적으로 적용이 된다. 가정에서건 직장에서건 아이들 지도에서건 남들과 만약 갈등 상황에 놓인다면 그동안은 누구의 잘잘 못을 따지느라 언성을 높었지만 한발 물러서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한발 물러서는데 싸울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한발 물러서도 또 싸움을 건다면 그때부터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단 내가 한발 물러서자 그게 그간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듯싶다.

이렇게 마음먹고 며칠을 적용해 봤는데 도대체 내가 지금 내 인생을 살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예전에는 3일에 한 번씩 아이들 또는 직원들과 싸움이 일어나 괴로웠는데 지금은 어느 누구도 나와 싸우려 들지 않는다. 내가 한발 물러서는데 누가 싸움을 계속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게 내 삶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이 맞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존의 스펙터클한 삶이 맞았는지 한발 물러선 내 삶 같지 않는 삶이 맞는지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검증.png


이전 01화외로움 극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