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는 참으로 난감하다. 그런데 꼭 써야 할 듯싶다. 바로 악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살면서 도움도 많이 받은 축에 속하는데 그와 반면에 악인도 참 많이 만났다. 대표적으로 집사람. 아이들 낳아주고 밥도 해주고 돈도 벌어주고 빨래 또한 냄새나지 않게 잘한다. 세상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를 무시한다. 처음부터 그랬다면 당연히 결혼 같은 엄청난 일은 안 저질렀을 것이다.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지 모른다. 세상 이렇게 나를 잘해주는 사람이 있어나 싶다. 하지만, 같은 직종에 근무하면서 다행히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나의 업무에 대해 잘하고 있다. 사사건건 무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 이보다 더 괴로울 수 없다. 그래서 나에게 악인으로 1번을 꼽으라면 집사람을 선정하고 싶다.
두 번째 후보로는 초임 시절 O교장선생님이다. 지금은 작고하시고 이 세상에 없어 돌아가신 분을 뭐라 하기엔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나의 마음을 지금도 아프게 하셨다. 아이들과 신나게 체육 하면 나의 복장을 문제 삼아 싫은 소리를 하시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며 술자리에서의 폭행에 맞서 몸싸움까지 했다. 세상에 이렇게 나에게 함부로 하셨는데 그분은 나의 아버지의 절친이셨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돌아가셨기에 이를 수도 없고 정말 같이 근무하면서 하루라도 편한 날이 없었다. 끝내 낮술 드시고 또 학교에서 소리 지르다 누군가의 신고로 교육청에서 조사 나와 한동안 자숙하면서 신고자가 누군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같은 교육자로서 심한 실망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운동장 수업 후 개교이래 50년 이상이 된 큰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게 보기 싫다며 그렇게 직원들이 반대했는데도 주말에 몰래 우리들에게 이득을 주는 엄청나게 큰 나무를 인부를 시켜 잘라버렸다. 다음 주 월요일 두꺼운 몸통이 여러 개로 잘린 아름드리나무를 보고 있으니 나는 충격을 받아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 분을 나의 악인 2번으로 뽑고 싶다.
세 번째 후보로 또 어느 학교 L교장선생님이다. 이분은 출신 자체가 이상하다. 정식 교육대학교가 아닌 양성소 출신으로 역시 나에 대해 매사 지적하며 싫은 소리를 하셨다. 어느 날 내가 지도하는 아이가 과학발명품 대회에 나가 작품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학년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다. 나는 고민한 끝에 학부모에게 부탁하여 발표가 끝나고 수학여행 숙소에서 합류하기로 얘기를 마쳤고 그렇게 수학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장실로 나를 부르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나의 영달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참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교장실에서 나왔는데 친하게 지냈던 교감선생님께서 못 들은 척하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세상 이렇게 꽉 막힌 사람이 있나 그때 정말 놀랐다. 이후 내가 승진을 위해 분교라는 작은 학교를 들어갈 차례가 되었는데 그곳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현재 모두 남자라서 남자인 내가 가면 여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하냐며 이상한 논리로 내 대신 순번이 늦은 여 선생님 억지로 그곳에 가게 했다. 살다 살다 남자라서 불이익받기는 그때 처음이었다. 그 후 나는 그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해인데도 끝내 분교를 못 들어가게 하려고 엄청 압박을 주었다. 세상 이토록 나를 싫어하여 나에게 불이익을 주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다. 웃긴 것은 그분이 퇴직 후 페이스북이란 것을 하나 본데 자꾸 나에게 친구 추가를 하여 알람이 뜨는 것이었다. 본인이 했던 일들을 생각 안 하고 철면피로 행동하는 모습에 살이 떨릴 지경이다. 이분을 나의 세 번째 악인 후보로 하고 싶다.
네 번째 후보는 역시 나의 글들의 원천인 군시절로 돌아간다. 바로 위 선임이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군산이 고향이라고 한다. 군산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그곳 출신들은 모두 이 사람처럼 야비한지 알고 절대 가지 않는 곳이었다. 얼마전 아이들과 한번 놀러 갔는데 그 후 그곳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깰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나보다 한 살 어렸는데 왜 그렇게 근무하는 내내 괴롭히던지 생긴 것 마저 비호감이었는데 하는 짓 또한 못되게 굴었다. 시간이 하도 많이 흘러 모두 잊었는데 그 당시 얼마나 못살게 굴었으면 내가 주먹으로 벽을 친 적도 있었다. 그 후 내가 무섭다며 슬슬 피했는데 제대 후 어찌 알았는지 집으로 전화가 왔다. 바로 이 녀석이었다. 자기를 용서해 주면 자기가 편히 세상을 살 수 있을 거 같다는 전화였다. 나는 "그렇게는 어렵겠다."라고 잘라 말했다. 얼마나 본인이 잘못을 했으면 제대 후 이런 전화를 할까 싶다. 같이 근무할 때는 그렇게 나쁘게 굴더니 존댓말을 써가며 비굴하게 구는 모습에서 내가 다 어질어질해진다. 이 녀석을 나의 네 번째 악인 후보에 올리고 싶다.
다섯 번째 후보는 나의 행복 찾기 1편에 이미 나온 S교감이다. 이분은 여성이었는데 괜히 나를 이상하게 보며 항상 수업 후 나의 교실로 찾아와 이상한 소리를 하였다. 특히, 어느 날 찾아와 "조 선생은 도대체 잘하는 게 뭔가요?"라는 질문을 하였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신중하게도 열심히 찾았는데 오직 나를 망신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 후 나는 이 대답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아왔다. 물론 찾긴 하였다. 그 시간이 너무도 괴로웠고 오래 걸렸다. 정말 한 번은 꼭 따지고 싶다. "그러는 당신 도대체 잘하는 게 뭔가?"를 남을 말로써 괴롭히는 걸 잘하는 건지, 남에게 몇 년 동안이나 상처 주는 말을 잘하는지, 남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일을 잘하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 분을 나의 다섯 번째 악인으로 추천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
여섯 번째 후보로 내가 시골학교에 근무하였는데 참 어려웠다. 아이들 학력을 높이기 위해 휴일에도 수업을 해야 했을 정도로 학력 광풍이 불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약간 부족한 남자아이가 나에게 대뜸 욕을 했다. 순간적으로 아이들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고 다시 얘기해 볼 것을 말하니 또 욕을 했다. 이상하다 싶어 그 아이 부모님과 상의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할머니와 같이 지내는 아이였다. 할머니께 자초지종을 얘기했고 할머니는 내일 학교에 찾아와 이야기 나눈다고 했다. 나는 시간 약속을 하고 그곳에서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처음에는 자기 손자의 말에 사과를 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런 거 가지고 자기를 불렀다는 것이다. 내가 이미 자신의 손자를 싫어했기에 손자가 얼마나 고통속에 학교를 다녔겠냐를 것이었다. 나는 기가 막혀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느거냐고 물으니 그때부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끝내 학교 관계자들이 달려올 정도로 난동을 부리고 나를 경찰 신고하고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까지 하였다. 집에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이에게 욕 듣고 또 그 할머니에게 비난의 말을 여과 없이 듣고 소리치며 협박하는 상황이라. 학교에서는 이유야 어떻든 젊은 나에게 할머니께 사과하라는 얘기를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이 드신 분께 따지듯 얘기했다는 것이다. 며칠이 흘러 가까운 선생님들과 할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였다. 정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같이 갔던 선생님께서 이런 사정을 보며 살다 살다 이런 비참한 모습을 처음 본다며 이 상황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교사들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이에게 욕먹고 그 할머니에게 욕먹고 그 할머니의 협박에 또 이유야 어떻든 내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교사로서의 삶이었다. 그 아이의 할머니를 내 여섯 번째 악인 후보로 넣고 싶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악인은 작은 학교에 같이 근무했던 R교사이다. 이분은 나보다 한참 여자 후배인데 자녀를 내가 가르치고 있었다. 곧 있을 군 과학대회에 학교 대표를 뽑고 있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여 각 분야에서 실력을 겨루고 있었다. 즉, 교내대회란 것을 하고 있는데 그 교사 자녀도 신청하여 대회를 치르고 있었다. 여러 과학대회를 동시에 진행했기에 나는 다른 과학 부서를 채점하였고 그 아이가 신청한 부분은 나의 선배가 채점하여 결과를 담당자인 내가 수합했다. 그 아이가 아쉽게도 교내 대회에서 떨어졌는데 그때부터 문제가 일어났다. 내가 그 아이를 싫어해서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채점도 안 했는데 무슨 말이냐며 얘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막말이었다. 어디서 선배 교사에게, 그것도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후배 교사에게 나도 똑같이 얘기해 줬다.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그랬더니 끝내 교장선생님에게 찾아가 내가 본인의 자녀를 싫어해서 교내대회에서 떨어뜨렸다고 얘기했다. 끝내 교장실로 불려 가 자초지종을 얘기했는데 이미 교장선생님과 친했던 후배교사 말에 홀딱 넘어간 교장선생님은 나에게 시말서를 쓰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이번 악인은 두 명이 한 세트이다. 그 후 과학 수업시간에 어떤 남학생이 다리를 다친 아이를 심하게 밟아 내가 뭐라고 했는데 기가 죽어 교실로 올라가는 혼난 아이를 그 후배 교사가 불러 자초지종을 듣고 이번에는 학부모에게 어떻게 얘기했길래 학부모가 나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와 친하게 지내던 자모회장님께서 그 학부모와 전화 걸어 중재를 해주셨다. 어느 날 나는 하도 이 아이가 그 후배교사와 문제를 일으켜 아이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잘하면 내가 언제라도 기회를 줄 테니 선생님 말 잘 들어, 알았지", 나는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는데 이게 또 문제가 되어 교장실에 불려 갔다. 내가 협박했다나. 가장 압권은 내가 체육부서를 지도했는데 어느 날 이 아이가 찾아오더니 갑자기 자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내 말을 잘 듣는 아이를 지도해서 곧 있을 대회에 내보내야 했다. 안된다고 했더니 아이가 또 그 후배 교사와 난리를 치는 것이다. 아예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버렸고 그 아이 아빠에게서 협박의 문자를 보내왔다. 그 아빠도 나의 대학교 후배였다. 이건 뭐 콩가루 대학 선후배였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선배에게 협박 문자를 날리는 막장 중에서 개막장의 상황이었다.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면 설마! 그럴 수 있냐고 한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일을 돌이켜 보면 내가 속한 교사 집단이 마치 지옥 같은 곳이었다. 자신의 자녀를 위해서는 선배도, 명분도, 예의도 없는 쌍것들의 세상이었다. 나는 이 부부와 그 당시 교장선생님을 마지막 일곱 번째 악인 후보로 추천하고 싶다.
이번 글은 나의 악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당연히 쓰면서 용서해야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썼는데 지금 심정은 용서는 무슨 얼어 죽을 용서인가 싶다. 악인은 그냥 악인일 뿐이었다. 용서같은 거룩한 말로 포장해서는 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