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by 정수TV

긴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자연스럽게 집사람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지니 사이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끝내 언쟁이 깊어지며 1주일의 휴일을 마음이 상한채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한 것이라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시청한 것뿐이었다. 마음이 상했으니 긴긴 여휴 동안 어디를 놀러 가자고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하루 종일 집에만 틀여 박혀 있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 학교에 근무할 때 보다 더 피곤했다. 그렇게 악몽 같은 1주일을 쉬고 학교에 오게 되었다.

수업도 해야 하고 공문도 처리하고 같은 선생님들끼리 얘기도 나눠야 하고 또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니 오히려 몸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유튜브에 퇴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끔 보는데 예전 회사 다닐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자신감도 떨어지고 엄청 우울하다는 말을 했다. 예전에 우연히 읽었던 작고하신 존경하던 어느 선배 선생님 글에서 "학교는 공기와 같다."라고 하셨다. 그때는 이게 무슨 소리일까 궁금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그분의 말씀이 진리였다. 집에서 있을 때 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게 눈곱 뗄세 없이 바쁘고 업무로 스트레스 받지만 오히려 숨통이 트이고 사람 사는 거 같다.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기억도 잘나지 않는 학창 시절엔 학교 오는데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이곳이 아니면 내 마음의 숨 쉴 공간이 없는 듯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에서 숨을 쉴 수 있지만, 살다 보니 나는 그럴 수 없기에 직장이 나의 공기와 같은 공간이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고, 답답할 때 이야기 나눌 동료가 있고, 나의 공간이 있어 삶의 질이 향상됨이 느껴진다. 요즘 젊은 MZ들은 자주 직장을 옮긴다고 한다. 물론 이해가 된다. 부당한 것이 많고 마음 상한 일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그런데 그게 나이가 들면서 역전된다. 즉, 젊은 시절은 가정이 좋고 따뜻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오히려 직장이 가정보다 따뜻하다. 가정보다 직장이 오히려 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장생활로 고민이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만족도.png


이전 07화믿을 수 없는 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