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교에서는 참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체육전담 교사로서 다양한 아이들 체육 지도를 해야 하고 선생님들과도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특히, 배구시합을 나가야 했다. 배구는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운동이라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강당에 모여 배구경기를 갖곤 하였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니 여러 학교에서 도전을 해왔다. 흔쾌히 도전을 수락하고 열심히 경기를 가졌다. 즐거웠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선생님들과 모이면 온통 배구 이야기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런데 배구를 매우 잘한다는 학교에서 도전을 해왔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상대라 여겼고 미리 강당에 나가 몸을 풀고 있었다.
역시나 강당으로 온 다른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니 예사롭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첫 세트는 운 좋게도 우리 학교가 이겼다. 얼마나 기분 좋던지.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연속해서 두 세트나 지고 말았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상대의 구력(공을 다룬 경험)이 느껴졌다. 여자 선생님도 계셨지만 우리 학교와 다르게 완전 프로였다. 상대는 약한 우리 학교 여자 선생님에게 공격을 하는데 집요하기까지 했다. 끝내 상대편 남자의 계속된 강서브에 우리 학교가 무너졌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고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정말 당혹스러운 순간들이었다. 게다가 서브 실수를 하고서 주최 측인 우리의 점수판을 맡은 선생님에게 점수를 늦게 올렸다는 이유로 다시 서브를 넣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화가 나서 경기를 멈추려고 했는데 우리 팀 선생님들이 말려 경기를 멈추지 못했다. 끝내 크게 지고 나서 얼마나 분하던지 마음 같아서는 비신사적으로 행동한 남자를 찾아가 따지고 싶었으나 우리 학교에 배구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기엔 뭔가 잘못을 잘못으로 되갚아주는 거 같아 간신히 참았다. 얼마나 참았던지 집에 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죽을 것만 같았고 몸이 떨려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둘째가 수능을 본다고 하는데 나는 오직 어제한 배구경기 생각만 날 뿐이었다.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야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았고 유튜브를 보는데 정가은이라는 배우가 바쁜 스케줄에 예전에 PD와 싸우고 배역이 없어지면서 현재는 택시운전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며 그 당시를 후회하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그게 자기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살다 보니 이런 경험이 있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지금도 참 후회되는데 어쩌면 그게 나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매우 슬퍼 보였다. 가정적으로 행복하지 않고, 직장에서도 승진을 못했으며, 매일 가르치는 학교 아이들과 싸우며 지내는 모습에 작게 보면 무척 슬픈 일들이 많은데 이것을 넓게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음을 느낀다. 즉, 인생은 넓게 봐야 한다는 의미 같다. 좁게 보면 할 일이 없고 답답한데 넓게 보면 슬퍼할 일도,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과거의 정말 후회되는 일 또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 든다. 오죽 그랬으면 찰리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멀리서 보면 노안으로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넓게 보자. 여유가 생기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