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것은 정말 심했다. 1교시 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어느 남자아이가 실수인지 핫팩을 던졌다. 나에게 맞았는데 정말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는 왜 그랬냐고 했더니 앞쪽에 던진다는 게 내가 맞았다고 한다. 순간 너무 화가 나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시범을 보이는 내 쪽으로 던졌냐고 물으니 계속해서 자기는 실수한 것이라고 한다. 잠깐 수업을 멈추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화가 난 상황인데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던지. 평소에 나에게 불만이 많은 아이인데 오늘 한 행동은 정말 두고두고 나에게 기억이 날듯 싶다. 하루 종일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교육공무원, 즉 교사 봉급은 정말 많지 않은데 아이들 키우고 가정 건사하고 사는 데는 빠듯해도 괜찮다. 하지만, 경력이 찰 수록 이런 아이들이 가끔 있는데 너무 모멸감을 느끼고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그 아이 담임에게도 이 부분은 말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은 실수를 가장한 모욕을 준다. 오늘이 딱 그런 형태이다. 본인은 실수라고 하는데 사실 받고 나면 그게 실수 인지 아닌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평소에 나에게 어떻게 하였나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 교시에 이렇게 하고 났더니 나머지 시간의 아이들을 보는 나의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 그 아이는 알까? 본인이 한 실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보인다. 착한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겐 그냥 그런 존재일 뿐이다.
이 글을 쓰고 하루가 지났지만, 나의 마음속의 깊은 상처로 자리 잡았다. 가르치는 아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나 또한 똑같이 행동해야 할까? 생각 든다. 만약 내가 똑같이 행동한다면 이 아이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나는 성인군자와는 거리가 멀다. 애써 잠자고 있는 나의 뭔가를 건드린 것이다. 나는 반드시 되갚아 주는 타입이다. 그게 상대가 누구여든 상관없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그게 세상사는 이치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보니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상처받고 그럴 지켜보는 나 또한 별 수 없다. 그렇다고 대갚음을 안 하자니 내 마음에 상처가 깊다. 아직도 마음속 깊은 상처가 느껴진다. 이런 마음이 오래가는 것을 보니 상대가 나쁜 마음을 먹은 게 확실하다.
이렇게 글을 쓴 지 3일째가 되는 오늘 다른 반 수업을 하기 전에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가르치는 남자아이가 나의 이름을 복도에서 부른 것이다. 너무 충격을 받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인지 첫 수업이 그 반 아이들이라서 담임 선생님과 같이 오길래 담임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그 아이는 반으로 돌려보냈다. 며칠 전의 가슴속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아이가 큰 실수를 나에게 저질렀다. 50대 초반이 된 나에게 대한민국 어느 누가 나의 이름을 부른단 말인가! 이게 정말 세상이 맞나 싶다.
첫 번째 일이 있은 후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도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 가르치고 은행잔고를 보니 쓸 돈은 하나 없어도 누구나 갖고 있는 빚도 없이 잘 살고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의 상처는 받았으나 계속 아이들 가르치며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일을 돌이켜 보니 마음의 상처가 아니라 깊은 분노가 느껴진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도 어른에게 반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반드시 알 것이다. 그런데 가르치는 선생님의 이름을 함부로 얘기한다는 것은 모욕의 수준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대도 한발 물러서라는 상담선생님 말씀이 옳은지 묻고 싶다.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에게 묻고 싶다. 정녕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게 둘 것인지.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 못해 냄새나고 섞어 문드러질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또 하루가 지났다. 마음속 일렁이는 분노는 서서히 사라졌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상관없다'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나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다고 내가 크게 잘못된 일이 생기지 않는다. 만약 강하게 대응한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다. 상담선생님도 이 부분을 이야기한 듯싶다. 한발 물러서라는 의미는 만약 아이들이 나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다고 나 또한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한발 물러서는 행동이 아닐 것이다. 내가 한 말 물러서야 문제가 해결되고 나 또한 문제가 없다는 의미인 듯싶다. 누군가 왜 비참하게 아이들에게 반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비참함. 그게 맞다. 하지만, 내가 이런 상황에 나의 성질대로 과잉 행동한다면 정말 비참해질 수 있다. 어찌 보면 상담선생님 말씀은 말하기는 쉬워도 행동하기엔 정말 어려운 이야기 일 수 있었다. 상대가 나쁘게 군다고 나 또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