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을 쓸까 말까를 잠시 고민했다. 사실 밤잠을 설칠 뻔했을 정도로(사실 설치지는 않음) 아찔하다. 10년 전쯤 시골학교 있었을 때 만난 후배교사를 올해 졸업식을 구경하다 우연히 만났다. 나는 놀라 "우리 학교에 아이가 있나 봐?"라고 인사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교육감님 모시고 왔어요"라고 하며 가슴에는 교육청 배지가 달려있었다. 그새 승진을 한 모양이었다.
이 후배와는 몇 년 정도 같이 근무했는데 일도 잘하고 딱 부러지는 성격이었다. 그 후배가 어려울 때 내가 많이 서포트했고 내가 어려울 때 매몰차게 나를 버렸다.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 어떤 문제가 생겼는데 나를 선택한 게 아니라 나와 갈등이 있는 선생님과 관리자를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로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밤인가 나에게 그 후배의 전화가 왔다. "선배님께 잘못한 게 있나요?"라는 전화였다. 나는 "음... 없는데"라고 얘기했지만, 사실은 안다. 그 당시 나를 보호한 게 아니라 관리자 편에서 본인을 보호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 후배는 승진을 하여 각 학교 행사에 교육감님을 모시는 수행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본인이 그토록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하였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가슴이 내려앉는지 모르겠다. 하긴 몇 년 전 휴대폰을 바꾸면서 기존에 저장되었던 명단을 정리하며 이 후배의 전화번호를 지웠던 생각이 난다.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음'이란 내 마음속 결정인 듯싶다. 그냥 배신자일 뿐이라고.
이렇게 글을 쓰고 며칠이 흘러 예전에 봤던 '뭰휀'이라는 영화가 자꾸 생각나 넷플릭스로 다시 봤다. 독일 뭰휀에서 있었던 올림픽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이스라엘 선수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를 응징하는 이스라엘 모사드 대원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전을 수행하던 중 어느 여성 스파이에게 대원을 잃게 되는 장면에서 남은 대원들이 복수를 위해 기존의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그 여성 스파이를 찾아내 죽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단어였다. 바로 보복이었다. 그 후 대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다른 나라 스파이들에게 노출되어 한 명씩 죽임을 당하게 된다. 영화를 다시 보며 느끼는 바가 컸다. 물론 보복은 필요한 일이다.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큰 손해를 당했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유 없는 보복은 안될 거라 생각 든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밤잠 잘자며 편한 게 지내는 이유는 어찌 보면 이 영화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같다. 쓸데없는 보복성 행동은 하지 않은 것이다. 그 후배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나를 배신한다고 해서 내가 크게 잘못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 벼랑 끝까지 나를 밀어붙였지만, 사람이란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다. 근거 없는 모함은 견딜 수 있는 게 사람이라 생각 든다. 혹시, 누군가에게 보복성 언행을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꼭 말리고 싶다. 나에게 크게 잘못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보복은 필요 없다.
이렇게 글을 쓰고 또 하루가 흘렀는데 이번에는 교육청에서 신년맞이 계획을 영상을 보는 기회가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접속 주소를 클릭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나 눈여겨보았는데 세상에 그곳에서 나를 배신했던 후배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접속을 끊고 나가고 싶었지만, 많은 발표자 중에 한 사람인데 내가 왜 한 사람 때문에 접속창을 닫아야 하나 심한 심적 갈등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나는 일부러 건성건성 영상을 보았는데 그 후 왜 그렇게 두통이 심한지 모르겠다. 끝내 타이레놀을 하나 먹으며 그 후배가 얼마나 싫었으면 두통까지 생겼을까 생각 들었다. 배신은 결국 두통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