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아이는 스포츠도 배드민턴이나 탁구 등 비교적 가벼운 운동보다는 축구 등 매우 익스트림한 운동을 좋아한다. 나는 나이도 있고 이제는 과격한 운동이 맞지 않아 같이 운동하는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스키를 탔으면 좋겠다고 하여 매년 스키장을 기웃거리는데 어렸을 적 배워두지 않은 운동이라 그런지 할 때마다 곤욕스러웠다. 올해 스키를 또 타러 가면서 전날 유튜브로 스키 강습 영상을 보며 이번에는 이렇게 해야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했다.
아이와 스키장에 도착하고 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세상 사람들이 온통 스키장에 온 듯 한 착각을 불러왔다. 스키 옷과 장비를 빌려 갈아입으니 벌써 온몸에 땀이 흘렀다. 내 것이 아닌 렌털 장비는 발도 잘 들어가지 않았고 옷에서는 짙은 남자의 냄새가 나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스키옷을 입고 초보자 코스에서 영상에서 보았던 장면을 열심히 복기하며 따라 했다. 신기한 것은 몇 해째 같은 스키장으로 오니 코스가 눈에 익어서 그런지 실력이 느는 느낌이 있어 기분 좋았다. 막내 아이는 벌써 중급자 코스를 신나게 내려오는데 나는 계속해서 초보 코스를 몇 번이고 연습했다.
아이가 같이 중급자 코스에 올라가자고 해서 초보 코스에서 어느 정도 연습도 했으니 이제 아직 겁은 났지만 중급자 슬로프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옆자리에 웬 미취학 남자아이가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아빠도 있었기에 '뭐 큰일이야 있을까?' 싶어 몸을 꼼짝 않고 슬로프에 앉아 있었는데 미취학 아이가 갑자기 안전 바 아래로 몸을 넣는 게 보였다.
"야! 조심해, 어서 올라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순간 아이의 아빠도 정신이 들어왔는지 아이의 몸을 잡아 다시 의자에 바르게 앉혔다. '아~' 정말 순간적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이후 아이가 자꾸만 안전바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나는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다.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50M 아래로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냥 그냥 아무 생각이 없고 아이는 자꾸 몸을 아래로 기울이고 정말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아~ OO"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내가 계속해서 아이를 지도해야 하는 것일까?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정말 위험한 상황인데 무슨 배짱인지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은 지상에서부터 엄청 위에 떠있는 상황인데 정말 조금만 잘못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뭐라고 하기도 상황이 아니었다. 끝내 중급자 코스 위에 도착했고 나는 그 문제의 부자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키를 타고 내려왔다. 같이 슬로프를 탔던 막내 아이는 내가 뭐라고 했더니 아이가 내 눈치를 보았다고 한다. 정말 아이의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아이가 그렇게 산만한데 그 위험한 슬로프를 아무런 제재 없이 타게 하다니. 놀란 가슴이 저녁 내내 진정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나 대학생 때부터 시작된 모임을 나가게 되었다. 한참 웃고 먹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뜻밖에 참석한 후배의 부인이 나를 스키장에서 보았다고 한다. 나는 스키 실력이 없었기에 초보자 코스만 돌아다녔는데 그때 아이들을 인솔하고 스키강습에 온 듯싶다. 순간 내가 잘못한 게 없나 스스로 셀프 스캐닝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쁜 짓(?)한 게 없기에 당당했다. 세상 어디서라도 항상 당당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듯싶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맞는 거 같다. 예전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