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원칙

by 정수TV

잠을 자려고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유튜브에 몇 년 전에 있었던 어이없는 사고 결과에 대한 재판 결과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건은 어느 회사에서 화학 실험을 하는데 불소를 담은 종이컵을 일하는 직원이 마셔 10개월째 식물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너무도 어이없는 사고로 가해자도 그렇게 될지 모르고 한 행동이고 피해자 또한 습관적으로 종이컵에 물을 마시기에 일을 하다 종이컵에 담긴 독극물을 마셨다고 한다. 그 후 병원으로 스스로 운전해 가서 입원했고 그날 저녁에 상태가 심각해졌다고 한다.

작은 학교에서 근무할 때 과학전담 교사를 3년 정도 했다. 아이들 과학을 가르치며 실험도 해야 하고 이론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당연히 실험을 좋아했다. 실험 준비는 과학보조 선생님이 계셨기에 간단히 했고 정리 역시 그분이 했기에 나는 수업만 하는 정말 대학교 교수 같은 생활이었다. 열심히 아이들과 실험을 하고 뒷정리는 개수대에 쌓아 놓으면 보조선생님이 오셔서 깨끗하게 정리해 줬다. 그렇기에 과학도구는 최신으로 절대 다른 도구를 쓰지 않았다. 교과서에 제시된 실험용 기구를 이용했기에 지금 돌이켜 보면 큰 사고 없이 실험을 할 수 있었다.

그때를 돌이켜 보니 내 생각에 이번 사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뒷정리에 있었다. 회사에서의 실험은 거의 베테랑들 일 텐데 이런 어이없는 사고가 났다는 것은 실험 후 치우기 귀찮아서 그냥 종이컵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 보조 선생님께서 정확한 용량을 비커에 담아 두었기에 쓰고 남으면 바로 폐기물 통에 넣었다. 또한 빈 비커를 준비했기에 남아 다시 쓰려고 하면 그곳에 담아두면 되었다. 게다가 시약장이라고 독극물을 넣는 곳은 자동으로 환기가 되고 열쇠로 잠가 내가 관리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나의 허락이 없으면 열 수 없는 구조였다.

돌이켜보면 피해자도 가해자도 너무도 운이 없었다. 피해자도 기적이 일어나 어서 회복되길 간절히 빌고 싶다. 살다 보면 다양한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이토록 치명적인 실수는 본 적이 없다. 원리원칙이 지키기는 귀찮아도 결과가 좋은 거 같다. 예전에 무엇을 하려 해도 도대체 절차가 복잡해서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글에서 보았는데 절차란 게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한다. 절차를 무시하면 오히려 더 먼 길을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원리원칙을 지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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