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 눈물 흘리다

by 정수TV

또 2월이 밝아 왔다. 교사들에게 2월은 새로운 1년을 계획하고 희망찬(?) 달이 아니다. 업무분장이 있는 달이라 마음속 괴로움이 생기는 달이다. 사실 친하게 지내던 후배, 동기는 이미 교감으로 승진되어 새 첫발을 내딛는데 나는 어떤 업무로 1년을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에 스스로 내 신세가 슬퍼지고 처량해진다. 그렇다고 나는 교사생활을 논 것만은 아니었다. 매해 학부모, 교직원, 관리자 싸워가며 전쟁과 같은 교직생활을 영위해 왔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내가 맞다고 생각 드니 끝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지금의 이 모습이 되었다. 누구를 탓하랴 그게 나의 운명인 것을. 생각해 보니 가정생활도 직장생활과 다름없었다. 갈등하고 싸우고 냉전하고 그리고 그것의 연속.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오늘 당장 잘못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렇다. 나는 이런 삶 속에 살고 있다. 좋든 나쁘든 상관없다. 그게 나의 본모습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며칠이 흘렀다. 휴일을 맞이하여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갑자기 든 생각은 사람은 고유의 코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트에 들러 물건을 고르다 보면 물건마다 새겨진 바코드가 보인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자동차도 고유의 번호로 식별하는데 인간도 타고난 코드가 있는 게 느껴진다. 나 또한 나만의 코드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코드 덕분이듯 싶다. 누군들 높은 자리, 인기 있는 자리에 앉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타고난 코드는 고칠 수 없다. 나도 나의 코드 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것도 스스로 괴로워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게 삶의 정답이 아닐까 싶다.

주말을 맞이하여 집사람과 요즘 한참 유행이라는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그냥 영화 내용보다는 영화를 보러 가는 그 상황을 좋아하기에 봤는데 보고 난 후 생각이 많아졌다. 수양대군이 왕이 되기 위해 조카(단종)의 보위를 힘으로 빼앗고 게다가 단종을 금성대군과 가까이 유배를 보내 사건을 만들기까지 해 가며 단종을 죽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삼 세월의 패자는 죽음이라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시대만 바뀌었을 뿐이지 지금이나 그 시절이나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 패자에게는 가혹하다. 영화를 보면서 그 가혹한 삶을 어떤 선택으로 견디느냐가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이상 이 문제는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생각 든다.


작가의 이전글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