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기

by 정수TV

즐거운 금요일 수업을 하고 있는데 특이한 반을 수업하고 있었다. 평소에 말을 정말 듣지 않고 수업하고 나면 속에서 막 화가 나는 반이었다. 항상 딴소리와 이걸 준비하면 저걸 하자고, 저걸 준비하면 이걸 하자고 한다. 계속해서 수업을 방해만 할 뿐 며칠 지켜보니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반이었다. 오늘이 딱 그런 분위기였다. 수업을 하기 위해 준비한 것을 풀어놓기도 전에 계속 다른 걸 하자며 불만을 제기했다. 나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계속 나의 감정을 억누르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계속된 비야냥 섞인 말투들이 난무했다. 끝내 나는 화를 냈고 제대로 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보냈는데 나도 모르게 속에서 아주 쌍스러운 욕이 나왔다. 그것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남은 다른 반 수업을 모두 마치고 점심을 먹는데 솔직히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그냥 루틴대로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반찬이 잘 나오는지 기분이 정말 영 아닌데 맛있는 음식들을 보니 먹고 싶어졌다.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도 아까 전에 했던 욕들이 순간순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이러고 있나!' 그런 생각들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왜 그렇게 음식 맛이 좋던지. 세상이 이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맛있는 음식들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예전에 봤던 '명랑'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내가 평소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님께서 전세가 불리해 안 되는 싸움을 하기 전 아들과 밥을 먹으면서 '어차피 질 싸움인데 안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아들에게 "귀한 밥이니 어서 먹어둬라"라며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이렇게 맛있는 급식판을 보니 '이렇게 귀한 밥 먹고 화를 내지 말자'란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여 바로 집에 들어가는 것보다 평소에 마음이 심란할 때 하는 습관인 자전거를 타며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었다. 입에서는 쌍욕을 해대며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집에 바로 못 들어갈 정도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도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게 싫다면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유하지 못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누칼협이라고 하던가 누군가 나에게 이일을 하라고 협박한 게 아니다. 내가 내 발로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의견이 되었든 간에 상관없다. 이제부터는 내가 선택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입에서 무수한 쌍욕이 나오던지, 그 스트레스에 평소에 커피를 하루 한잔 마셨는데 이날은 3잔을 마시던지 상관없다. 그것은 나의 부유한 삶을 선택할 것인가와 스트레스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삶을 살 것인가는 오롯이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두 가지 모두 선택할 수는 없다.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것은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와야 돈을 버는 삶을 살 것인지, 이 꼴 보기 싫다고 던지고 나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부유하지 않은 삶을 살 것이지. 삶은 둘 중 하나였다.

휴일을 맞이하여 막내아이와 맛있는 삼겹살 집에 가서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막내가 "부모님을 능가하는 큰 부자가 되고 싶다."라고 해서 먹던 삼겹살을 살짝 내려놓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평범하게 직장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데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라" 나의 이야기를 들은 막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겪은 일을 토대로 진심을 다해 얘기해 준 것이다. 큰 부자는 그만큼 큰 고통이 따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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