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는 아침형 국가이다. 매일의 하루가 일찍 시작된다. 대중교통수단인 20인승 소형버스인 '딱시베'도 이른 새벽부터 운행을 시작하여 저녁 여덟 시경에는 이미 막차가 된다. 시내도로에서는 새벽부터 자동차로 붐비다가 군데군데에 밀리는 구간이 많지만 저녁시간 이후 8시만 되어도 도로는 한산해서 오히려 운전하기가 수월하다.
우리도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나는 5시면 부엌으로 내려간다. 잠에서 깨는 것은 더 이르다. 저녁에 할 일이 없기도 하고 그날그날의 힘을 다 사용해서인지 보통 저녁 8시쯤 잠자리에 든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점심도시락을 싼다. 6시쯤에 다 같이 아침을 먹고 골프장으로 향한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가볍게 몸을 풀고 퍼팅연습을 하거나 칩샷을 하고 곧이어 라운딩을 시작한다. 보통 라운딩은 점심즈음에 끝나는데 그리고는 곧장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연습장으로 이동한다. 점심식사는 보통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그리고는 연습장을 닫는 저녁 7시까지 연습을 하고 귀가한다.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샤워를 한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여기서도 대부분 있는 편이다. 배추나 상추, 생강, 마늘 심지어 풋고추도 있다. 깻잎이나 호박잎이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농산물은 아주 싼 편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도 시내의 큰 마트에서는 얼마든지 살 수가 있고 우리나라 가격의 반값 정도이다. 대신 주방에서 사용하는 주방용품들은 대부분이 수입품이라서 우리나라보다 두 배정도 비싸다.
외식은 얼마든지 할 수가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만족도도 떨어진다. 그나마 한국에서 들어온 '본죽'이 우리 집 가까이에 있어 고맙다. 라면도 팔고 비빔밥, 돈가스도 훌륭한 메뉴다. 다른 식당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만족도에서도 괜찮은 편이다.
우리가 이곳 마다가스카르에서 골프연습을 하고 훈련을 하는 이유는 마음껏 연습을 할 수 있어서이다. 매일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앞뒤로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여유를 가지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다. 원하는 샷이 아니면 다시 쳐볼 수도 있다. 개인당 한 사람의 캐디를 쓸 수가 있어 플레이를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가 있고 잘못 날아간 공도 캐디들은 다 찾는다. 그러니 골프공을 구입할 곳이 없는 이곳에서 공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드물다. 그리고 상주하는 프로들이 있어 언제고 레슨을 받을 수가 있다. 레슨비도 비싸지 않다. 드라이빙레인지가 있어 그날그날의 샷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골프비용이 저렴하다. 이백만 원 정도면 온 가족이 평생멤버가 될 수가 있고 멤버가 되면 라운딩피(fee)가 없다. 월회비는 십만 원 정도다. 그리고 골프장은 휴일이 없는 것이 우리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라운딩을 마친 우리는 매일 시내에 있는 연습장에 가는데 그곳에는 그물이 없는 드라이빙레인지가 있고 파 3홀이 여섯 개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제한으로 공을 칠 수가 있다. 사용료 또한 비싸지 않다. 시내곳곳에는 마사지샾이 있어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비싸지 않은 가격에 발마시지를 받는다. 발뿐만 아니라 어깨나 등도 정성껏 마사지해준다. 그날그날의 피곤과 지친 근육을 푼다. 이 모든 것이 고맙고 행복하다.
나는 아이들이 라운딩을 할 때마다 따라 걷는다. 라운딩 피(fee)가 없으니 갤러리도 무료다. '나이스샷'을 외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은 그 소리에 힘을 얻는다. 한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골프환경에서 우리는 행복한 골프를 누린다. 감사한 일이다. 우리가 이렇게 마음을 놓고 골프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중에도 묵묵히 응원을 해주는 가족 덕분이다
아내와 딸들이 있어
모스크바 사람이었던 아내는 이른 나이에 시집을 왔다.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살았고 정착한 나라들에서는 아이들을 낳아 키웠다. 늘 함께였던 우리는 처음으로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달을 같이 보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멀고 시차가 큰 곳에서 각자 다른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한국에 남은 아내는 세 딸을 돌보며 빵과 쿠키를 굽고 케이크를 만들어 팔면서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이곳을 향해 응원하고 있다. 가족의 힘이 태평양을 건너고 인도양에 떠 있는 섬에 까지 와 있는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다. 다시 만나 지난날처럼 오순도순 살아갈 날을 위해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이다. 그날을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