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Tinto de verano 편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밥을 먹어야 하는 순간은 당연하게도 온다.
특히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메뉴를 고르지도 않았는데 서버는 음료부터 물어보는 일이 다반사다.
그럴 때, 술이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그렇다.
2024년 2월, 날이 채 따뜻해지기 전.
스페인에서도 남부(그라나다, 세비야, 말라가, 론다)여행을 갔던 나는
말라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절망하게 된다.
스페인은 1년 중 딱 2주 정도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내가 비행기에서 내린 그 순간이 1년 중 2주에 속하는 날이었나보다.
매우 우중충한 날임에도 술은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날씨는 그렇다 치고, 그라나다에서 유럽 여행 중 최고 티어 술을 만난다.
바로 Tinto de verano다.
Tinto 는 스페인어로 "적포도주", Verano는 "여름"이라는 뜻이다.
여름에 마시는 적포도주라는 뜻일테다.
Tinto de Verano는 적포도주에 탄산음료와 레몬을 넣어 만들어 시원하게 음료처럼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굉장히 대중적으로 맛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음료였다.
스페인 음식(특히 남부나 바닷가)들은 염도가 좀 높은 편인데, 갈증을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음료였다.
첫 맛은 와인 특유의 무거운 맛이 약간 있다. 아무래도 와인 베이스라 그런 것 같다.
그 약간은 저렴한 레드와인에서 나오는 오래된 포도주스 같은 맛과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시트러스 계열 과일들에서 나오는 새콤함과 탄산의 짜릿함이 그 뒤를 채운다.
레몬과 얼음과 탄산에서 오는 느낌은 하이볼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와인인가? -> 시원하다! -> 새콤하다! 의 맛의 순서일 것이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쌀쌀한 겨울날에 마신 여름 음료였지만,
얼음까지 담겨져 나오는 상쾌한 술은 너무도 반가울 따름이었다.
함께 페어링 했던 음식은 돼지고기 "Secreto" 스테이크였다.
스페인 정육점 직원들이 너무 맛있는 부위라 숨겨놓고 먹었던 부위라 해서 "Secreto"라고 불렸다고 한다.
엄청나게 기름진게 특징인데, 항정살을 가로로 썰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쫄깃한 식감에 기름진 느낌이, 항정살을 결대로 썰어 먹는 듯했다.
이 음식이 갑자기 튀어나온 이유는, Tinto de verano가 이 음식과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고기에서 무한정으로 새어나오는 기름기를 tinto de verano의 중후한 와인맛과 새콤한 시트러스와 탄산이
기가막히게 잡아주며 어울리는 느낌이다.
혹시나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기가막힌 조합의 음식을 먹고싶다면,
"Sancho Original"
https://maps.app.goo.gl/PR4Kes4z8JXaKsJ7A
이 곳을 적극 추천한다.
+추가로, 세비야 공항 식당에서도 tinto de verano를 판매하니,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먹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