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이탈리아 리몬첼로 편
'소화주'의 존재를 아는가?
보통 '식전주'라고 해서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는 술이 있는데,
'소화주'는 처음 들어보는 말 중 하나였다.
물론 밥 다먹고 술한잔 가볍게 마시면 소화주겠지만
23년도 여름 이탈리아 로마여행을 했던 때,
고대 로마유적과 바티칸 여행을 계획하고 로마에 도착한 그 때엔
이렇게나 사람이 많을 줄은 모르진 않았지만
상상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있는 도시였다.
그렇지만 볼거리가 엄청나게 많은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바티칸 돌아보는데만 하루가 걸릴 정도이니,
로마를 구석구석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5일은 걸릴 것만 같았다.
문화재가 쏟아지는 도시에서,
세걸음 걷고 고개들면 고대 로마 문화재인 도시에서
해가 저물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왔다.
약간 골목진 곳에 위치했던 이 식당을 들어가는 일은
유럽 특유의 골목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는 즐거울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식당의 내부 분위기는 꽤나 "이탈리아"스러웠던 점이
맛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그 '분위기'에서 큰 점수를 땄다.
또, 나는 까르보나라 중에서도
계란 노른자와 치즈로만 소스를 낸 정통 스타일의 까르보나라(크림이 들어가지 않은)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굉장히 쿰쿰한 치즈향과 느끼한 특유의 그 맛이
너무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제 여기서 등장하는게 바로 '소화주'였다.
보통 소화주는 딱 샷으로 한 잔.
도수가 높은 독한 술로, 든든한 위장을 소화시키는 디저트 느낌으로 마시는 거라고 하던데,
정말 딱, 한 잔(샷으로) 나왔다.
전통적인 이탈리아의 식후주 라고 한다.
아마 레몬 그 자체를 술로 만들었다면, 그게 바로 리몬첼로 맛일테다.
레몬 과즙의 새콤함, 레몬제스트에서 오는 약간의 떫떠름한 맛이 포인트다.
강한 알코올 도수에서 나오는 위장이 따뜻해지면서
내 식도와 위가 어디쯤 있는지 알려주는 듯 훑고 지나가는 술의 느낌은
정말 '소화주'의 이름값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빈 속에 아주 시원한 소주 한 잔 마시면
'내 위장이 여기쯤이고 여기가 비어서 지금 배가 고프구나'
느끼게 해주는 그 행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생각된다.
거기에 속이 차있다는 것만 달라지고,
배부른 속에 마무리를 하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피날레라고 생각된다.
특히, 오늘의 저녁식사처럼
약간 느끼하고, 향이 강한 식사를 하고 나서 리몬첼로로 마무리 한다면,
"꽤 훌륭하고 깔끔한 식사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https://maps.app.goo.gl/VG2HfrFjWYQp1yyy5
볼 것도 많고, 음식도 정말 맛있고, 사람도 많고
아름다운 도시 로마에 방문한다면,
아마 매일 밤 식사의 마무리를 책임지는 것은
리몬첼로일 것이다.
+ 동행자였던 (친)누나가 로마에서 원래 있던 도시로 복귀할 당시,
작은 병으로 포장되어있는 패키지를 사주며,
"이거 한국에는 없는 거니까 들고가서 아껴먹어"라고 하였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 집 앞 롯데마트에 가서 위스키 코너를 구경하던 중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리몬첼로를 보고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사줬으니 그냥 입 다물라고 하더라.
++ 로마까지 가서, 이탈리아 가정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진실의 입 주변에 있는 음식점에서 "미트볼"을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이탈리아식 가정식을 대표하는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미트볼"인데,
"할머니가 만든 미트볼"이라니, 신뢰감이 급상승하는 이름이 아닌가.
미트볼이 약간 풀어지면서, 토마토 소스와 잘 어우러지는게
아주 녹진한 라구 소스를 먹는 듯한 맛이 난다.
훌륭한 식사 중 하나였으니, 궁금하다면 도전해보길 바란다.
https://maps.app.goo.gl/nudwqZP7n24uBXSj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