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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술이 빠지면 쓰나 Ep3)

Ep3) 헝가리 부다페스트 토카이 와인 편.

by 인 더 술 독

나는 많은 술들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와인은 크게 끌리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와인을 마시면 이상하게도 매번 싸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달달한 술을 좋아한다. 약간 어른의 맛과는 상반된 취향일테지만,

초록병 소주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것에 점령되어버린 한국식 술문화에 약간 비껴나가기 위한

전통주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성질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내가 부다페스트 1박 2일 여행을 떠나면서부터 몇가지 부푼 기대를 안고 간 것은

국회의사당 야경, 저렴한 물가, 그리고 "Tokaj 와인"이었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와인이 있지만, 아주 단 맛을 자랑하는 와인에는 몇가지가 있을테지만,

이 토카이 와인을 한국에서 처음 마셨을 때, 그 특유의 감칠맛 같은 단맛이 인상깊었다.

그것을 다시 맛보러 가는 길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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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어부의 탑에 있는 조각상, 성 이슈트반 성당이다. 특히 성당은 유럽 성당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웅장하고 멋있다.



와인을 향한 기대와는 별개로, 부다페스트는 아주 아름다운 도시였다.

유럽의 겨울은 삭막하고,

동유럽 특유의 회색도시 스러운 색감이 물론 있었지만,

석양과 야경은 너무 아름다워 혼자 보는 일이 너무도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가지고, 저녁이 되면 저녁식사와, 오롯이 혼자서 호텔방에 앉아 술한잔 하는 시간이 생긴다.

나는 이 시간들을 너무 좋아한다. (마드리드에서도 하몽과 맥주를 매일 밤 먹었다.)

KakaoTalk_20240818_211836511_02.jpg 왼쪽 위에 갈릭 버터 감자 스프레드가 미친놈이었다. 진짜 거의 고기로 싹싹 긁어먹었다.

호텔에 딸려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는데,

아주 아주 맛있었지만? 약간 비싸긴 했다.

https://maps.app.goo.gl/B725Bv9S46S2TmXo6

사실 이 때 까지만 해도, 토카이 와인의 'ㅌ'자도 안보이는 여정이긴 했다.

식당들에서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마트에 들어갈 시간도 없이 돌아다녀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쨋든 마트에 들러 와인과 감자칩을 간단히 구매해서 호텔로 돌아갔다.

동양인이 혼자 술 하나 사서 계산하니 좀 어려보였을까, 외국에서 민증검사까지 당했다.(감사합니다..)

KakaoTalk_20240818_211836511_01.jpg 1299포린트 = 약 5천원 미만.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단맛"일 것이다.

토카이 와인은 곰팡이가 슬어 있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고 하며,

오스만제국의 침략에 대비해 늦게 포도를 수확하게 되어, 이미 다 곰팡이가 슬고 상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상한 포도가 만들어 내는 와인의 맛은 실로 대단하다.


사실 와인에 대한 조예가 얕아서, "진짜 좋은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거의 감칠맛과 다름없는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아주 차게 먹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달고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술일 것이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말이 있다.

술이 너무 맛있어서 취한 것도 모른 채 앉은 자리에서 계속 술을 마시게 될 정도라는 뜻일테다.

아마 토카이 와인을 나의 호텔방에 무한제공 해주었다면,

며칠 후 부다페스트 호텔방에서 앉아서 와인을 들이붓고있는 동양인이 발견되었을 것이다.



관세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부다페스트를 방문하거나, 방문하는 지인이 있다면

무조건 마셔보길 권한다.

적어도 나같은 '애 입맛'의 술꾼이라면, 무조건 좋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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