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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이취미 Jan 19. 2022

소소하게 찾아가는 미니멀 라이프

작지만 힘이 되는 습관


이른 아침

생강차에 홍차 티백을 담가

따듯하게 마시고

움츠러드는 몸을 데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생강과 홍차가 잘 어울린다

추워졌다


내게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우고

시간과 공간에 여유를 찾아보자


이런 행동들이 정말 나를 편하게 하고

시간의 여유를 줄 것이며

삶을 더 윤택하게 해 줄 것인가

막연한 물음과 함께 한 시작이

이제 3년이 흐르고 있다


정말로 그럴까 ?


한가로운 시간

그저 멍 때리는 시간


그보다는 어떤 여유라는 것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그 여유라는 것은

각자 다르게 느낄 테지만


남들과 같이

남들처럼

습관 같은 삶에서

좀 더 다른 관점으로

제약을 두기도 하고 거부도 하며

분별하여 취할 수 있는


미니멀 라이프나에게는

그런 여유를 준 것 같다



최소한의 그릇으로

음식을 하려고 한다


냄비에 물을 담아서

양배추 잎을 담가 놓았다가

그대로 여러 번 헹궈낸 후

3분의 1컵 정도의 물을 남기고

두꺼운 대쪽 밑으로 깔고

찜기 없이 쪄낸다



자바라 형태의 찜기를 닦는 것이

영 불편해서 비운 후

실리콘 찜기 역시

내키지 않아 들이지 않고

이렇게 지내고 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가지도

처음부터 먹기 좋게 갈라서

약간에 물을 깔아주듯 넣고

찬밥을 데우듯이

김 올려 찜기 없이 쪄낸다


알맞게 익힐 시간을 정하는데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할까?


몸으로 감으로

익히는 생활은

도구의 사용도 줄여 줄 수 있다



냄비 바닥에서 띄어 쪄 내야 하는 것은

남겨 압력밥솥 부속품을 이용하고



호텔 셰프들은 이렇게 삶아서

메쉬드 포테이토를 만들던데


껍질 벗겨 토막 낸 후

자작하게 물을 부어

소금을 조금 넣고 삶는다


젓가락으로 찔러본 후

남은 물을 따라내고

냄비 속에서 감자를 굴려주며

수분을 날려준다

그리고 불을 끄면

소금간이 알맞게 든

포근한 찐 감자가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냄비는

다음 요리할 음식에 지장이 없다면

세척과정을 통과하고

가볍게 물로만 헹궈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음식을 하면서 생기는

과정과 도구를 비워서

간단하게 조리하고

뒤처리를 줄이려고 한다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이런 시간들이 모이면

나에게 멍 때리는 시간을 더 줄 수 있겠다 ^^


처음부터

각각의 필요성을 가지고

발명된 조리 도구들도

몸과 감으로 익힌

방법들 앞에서는

없을 수도

없어도 괜찮기도


비움이 오히려 간소함을 준다는 것을

미니멀 라이프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채소나 과일을 갈아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집집마다 있더래서

있어야 하는 것 같아서

오랜 시간 믹서기를 주방 한편에 두었다


무 당근 연근 우엉 등을

필러로 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칼로 슥슥 긁고 홈진곳을 파내고

씻고 다듬어서 요리한다

필러로 밀어 다듬었을 때 보다

음식 쓰레기도 줄고 뒤처리도 간편하다


생활 속에서 파생되는 노동과

뒤처리 행동들을

최소화 해 본다


많은 생활도구들을

편리함을 준다고 생각하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소유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오히려 우리에게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하기도 한다는 생각도 든다


갈아서 만드는 음식이 거의 없는 나에겐

믹서기의 편리함보다는

사용 후 닦고 정리하는 과정이

먼저 떠오른다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다면

귀찮음을 우선 줄이고 싶다


이제는 도구를 들이려 할 때

그것이 주는 편리성보다

시간을 절약해 주면서도

간결함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도구 사용 기준이 되었다


비움 이후의

나의 간소한 삶의 일상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포장 식품들을

꼭 용기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래서 그러한 용도의

각기 다른 플라스틱 용기들이 많았다


이제는 처음 그대로

밀봉이 필요치 않은 식품들은

집게를 집어서 소진한다


물건을 위한 물건을

소유하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과정들을

줄여 나가려 노력해 본다



그러한 노력들 중 하나로

요즘 스텐 팬과 친해보려 하고 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할까 했지만

첫날부터 신나게 적응했다

우선 가지고 있는 작은 웍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 먹어 보고 있는데

납작한 팬보다 오목해서 기름도 덜 튄다


3 ~5분 예열 과정을 인내할 수 있는

심적 여유만 갖는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겠다


혹시 통 3중 정도의

묵직한 전골냄비가 잠자고 있다면

안성맞춤 당첨이다


시도해 보자



부드러운 반숙 계란을 원한다면

약불로 줄인 상태에서

적당한 냄비 뚜껑을 잠시 덮어준다

노릇하고 바삭하면서

알맞게 반숙된 프라이를 맛볼 수 있다

코팅 팬과는 또 다르게 맛이 좋다



남은 깻잎으로 부침개를 해봤는데

바삭함이 다르다

코팅 프라이팬에 길들여져 있던 내게 신세계였다


이렇게 쉽게 맛있게 되는구나

불편하고 번거롭지 않을까

그런 염려는 이제 넣어 두어도 되겠다


쇠로 된 수저 젓가락 등등으로

편하게 긁으며 뒤적거리기도 좋다

코팅 팬의 상처로부터도 해방!



지단도 붙지 않고

잘 부쳐지니  재미있다

세척도 간편하고

바쁠 땐 뜨거운 물로만 헹구고

다시 예열해서 쓰기도 한다


코팅 팬은 아무리 곱게 써도

1년에 한 번쯤은 바꿔 주어야 하고

유해물질에도 자유롭 못하다


무엇인가를 주기적으로

바꿔 주어야 하는 것은

그 종류가 적을수록 좋겠다


코팅팬을 바꿔줄 시기가 되어서

도전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사용하기 어렵지 않았다


사용하고 구입하고

버리고 바꿔주는 도구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김밥 재료를 만들면서

재료의 순서를 정해 차례대로

부치고 볶아낸다

간이 센 어묵을 마지막에 조려내면 된다


정기적으로 바꿔주고

다시 구입하는 소모적인 것들 중

가능하면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찾아보려 한다



냄비밥도 재미 들여 지어먹고 있다

누룽지가 눌던 안 눌던

시간은 얼마나 두어야 할까

쌀은 꼭 불려놔야 하나

이 모든 고민은 필요 없었다


바쁘면 포트에 끓인 물로 밥물을 잡는다

그럼 더 빨리 밥이 지어지고

뜸 들일 때 살짝 걷어 먹어보고

물이 부족하면 조금 더 넣어

약불에 10분간 뜸 들인다


그저 뜸 들이기 전까지

넘치지 않게 뚜껑을 닫지 않고

센 불에 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끓이기만 하면 절반은 다 지어진 것이다

감이 생기면 누룽지 정도는 자유자재로

35분이 걸리는 전기밥솥보다

훨씬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밥솥의 부피와 공간과

부품의 소모성을 생각한다면

냄비밥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구와 물건에 의지 하던 생활이

몸으로 감으로 익히는 일상들로 인해

버겁고 두렵기보다

간소함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화장품 샘플을 받지도 말고

집에 들이지도 말자고 생각했다


화장품을 잘 사지 않는데도

어디선가 생기는 샘플들

더구나 샘플로 쓰기 불편한

클렌징 제품이 대부분인


경제적인 도움보다는

소모적인 행위를 부르는

이런 일상 행동들을 경계하기로 했다



아직 이런 것들을 주워 

쓰는 중인데

화장품을 이렇게 대충 아무거나 한두 가지

바르면 끝인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나로서는

불현듯 미래의 주름진 얼굴이

걱정되기도 했었다


나는 직업상 나이대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

사람들 얼굴을 많이 보다 보니

주름이 있다고

무조건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분위기

사람마다의 향기였다


어느 날 70대임에도 희고 주름 없는

피부를 가지신 분을 만났다

선크림이나 안티에이징 크림도 없을 때

젊은 시절을 보낸 분이다

그분 말씀은 자매들 모두 피부가 좋다고 하셨다


그렇군

유전의 힘은 어떤 화장품보다 강하다는...


아이크림을 사본적이 없는 나도

40대 후반에 눈가에 만큼은 주름이 없다

생각해보니 나의 세 자매 모두 그랬다


화장품에 힘을 믿기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나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먼지포를 구입해 놓는 일과

자주 소모하는 일을 바꿔보기 위해

좀 더 오래 사용 가능한 소재에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려주고 사용해 본다


먼지포 보다 뒤처리는 있어도

촉촉한 물기가 미세한 먼지를 더 잘 잡아준다

이렇게 여러 번 사용하고

머리카락과 먼지 덩어리가 뭉쳐지면

손으로 대충 떼어 버리고 손세탁한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구입해 놓는 물건을

하나 더 줄여 본다


미니멀 라이프 전에 늘 구입해 두던

물건 목록을 생각해 봤다


‘미리 구입해 놓지 않는다’라는  

단순한 생각이 주는 이런 행동들이


나의 공간에 평화와

간소한 삶을 이끌어 준다


쓰면 편리한 도구도 많지만

먼지가 쌓이고 때가 타고

언젠가 한 번쯤은 숙제같이

닦아 주고 관리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도구들을 경계한다


재활용품 도구들은 틈틈이 유혹을 준다

그러나 결론은 언제나


'없는 것이 낫다'


장을 볼 때 채소가 담겨 있던 비닐을

세탁실 벽에 걸어 재활용품을 모은다

바닥에 진열하기를 경계한다


스스로 사용 의미를 부여해서

무심코 쓰게 되는 물건이나

짐을 위한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 본다



뒤처리가 생기지 않고

깔끔함과 편리함을 준다면

그런 도구는 언제나 환영하고 사용한다

플라스틱 음료 뚜껑을 이용한

비누 받침도 멋지다



작은 도구들이 주는

공간의 여유도 즐겁다


칫솔과 대야를 공중 부양시키니

더없이 편리하다

되도록 선반이나 바닥에

거치하는 물건이 없을수록 좋다


반복되는 행동을 줄여주는

도구의 사용과 경계 사이에서

합리점을 찾아본다



적당히 거치할 곳이

눈에 띈다면 더없이 좋다

주저 없이 이용한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의

완성이라는 것을 찾고 있을까


그저 미니멀 라이프가

삶에 철학이 되었을 뿐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진다


인간은 싫증을 잘 내는 동물이기도 한데

그런데도 이토록 오랫동안

이렇게 감사한 삶의 철학이

내 곁에 머무른다는 것이 고맙다


내 삶을 좋게 바꾸고 가꿔 나간다는 것이

어떤 대단한 것들이 아닌

지극히 소소한 것들의 힘이라는 것을

미니멀 라이프로 알아가고 있다


삶을 살다

미니멀 라이프를 살다


이렇게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의 그 어떤 것을 위해


오늘도 나는 미 라 중 ...




written in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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