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지치지 않던 날은 없었다
차갑고 서늘한 골목바람
피하지 못한 땡볕은 뜨거웠다
하루라도
상심 없던 날은 없었다
몹시 피곤한 날엔
시작부터 돌아갈 집을 생각하기도 했다
없어도 그만일 물건들에
그토록 열중했던 건
어쭙잖게 남의 집을 따라 했던 것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가도 종점은 집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쓰고 싶어서
좋아하는 시간을 늘려 간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비어있는 시간은 만들지 않고
막연한 미래보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내 하루에 마음을 다하기로 했다
어떻게 간소해질까
고민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대로
살다 보면
시간은 방향이 생길 테고
그것은 일상이 되어
내게 스며들 것이다
넉넉하게 사는 삶 보다
잘 살아가는 삶에 집중한다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살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며
좋아 보이는 것과
진짜 좋은 것을 구분하고
모두가 하려는 일 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다
꾸미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나는 이미 충분했고
위로받고 있었다
가진 것들의 충분함에 감사하고
가진 만큼만 덜어 낼 고민을 하며
일어나지 않은 일들은 걱정하지 않고
무엇보다 내면의 채움이 더 크길 바란다
내가 맞추지 않아도
내게 맞춰 주는 집을 만들어
단정한 마음으로
단순하게 매만지고
사소한 것들에 큰 성취감을 갖고
비워 두면 다시 채워지는 기쁨도 알아가며
최고의 날은 역시
오늘이란 것도 잊지 않는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포기하는 것도
세상과 멀어지는 것도 아닌
나와 만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것
여기에서 행복하다면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집
위로가 있는 온기의 집
202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