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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Feb 05. 2023

미니멀라이프 소감 일기


2015년 12월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 적힌

물건을 비워 집안일을 줄인다는 글을

홀리듯 읽고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많은 매체를 접한 이상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를 파고들었다



당시는 오래된 가구를 처분하고

새 집으로 이사 온 지 두어 달이 되었을 때라

그야말로 우리 집은 텅 빈 상태였다


드디어 나도 새 가구를 들여

그럴듯한 인테리어를 완성하겠다는

나름의 꿈에 부풀어 있었을 때였는데


돌아보면 시기적으로

참 아이러니 했고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었던

미니멀리즘과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내 손과 시야에서 사라진다면

사는 재미도 함께 사라지는 게 아닐까


되돌아 가느라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잘하는 일인지 알 수가 없어서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미니멀라이프는

미련을 버리는 삶이고


나를 우선으로 세우는 삶이다


이것은 타인과

사회로부터의 이기적인 삶이 아닌


자신에게 좀 더

정중한 대접을 하게 되는 삶이다


내 마음을 읽어 답을 얻고

자신을 소중히 돌보는 것에

동기 부여가 되는 삶이며


일상의 불필요를 비워 내고

마음의 공간을 만들어

보이지 않던 것들과

또 내가 이미 알던 것들을

다시 만나는 삶이다



내게 또 하나 크게

마음에 자리하게 된 것은

시간을 최고로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점이다


남들이 사는 것처럼 살 필요도

남들이 먹는 걸 다 먹을 필요도

남들의 공간이 우리 집일 필요도 없다는 것과 같은


조금 다른 생각이 주는 일상은


매우 간단하고

홀가분한 삶이었다


당연히 소비해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현재와 미래의 소비가

장기적으로 줄어들었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했다


자연히 가진 것에 비해

경제적으로 좀 더

이로운 생활을 꾸릴 수 있었고


그렇게

덜어냄으로 얻는 시간들로

이제껏 내가 생각해 온 것들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살아가는 삶을 배워가며


어떤 것들을 위해

나의 시간이 쓰이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스러운 것을 우선으로 치고

그 이상 더하거나 변하길 바라지 않게 되었다



하기보다 안 하고

갖기보다는 갖지 않게 되었지만

그저 자연스러운 삶의 한 방향일 뿐


내가 아낌없이 힘을 쏟고

정성을 들여야 할 시간들은

현재 지금 오늘 이 시간이라는 걸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내가 미니멀라이프로

또 한 가지 나아진 점이라면


누구나 한 둘 쯤

끌어안고 살아가게 되는

지독한 결핍이란 게 있다면

지난 시간들은 그 결핍을

충분히 치유하는 과정이 되었다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낼 때

편안하고 편안하다라고 생각 할 수 있다면

내가 바랐던 로망 같은 삶이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것들의 채움이 주는 기쁨

밖이 아닌 내 안에서

차고 넘치는 마음의 위안거리

고요함과 평화로움 속에서

나 자신의 속도로 가는 것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진정한 자유로움이었다


삶의 장면 장면마다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접목시키는 것


그것이 미니멀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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