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이취미 Jan 07. 2022

내 삶에 주종목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누린다는 것은


여러분에 주종목은 무엇인가요

어떤 것에 관심이 있나요

집안 노동은 얼마나 하고 있나요

여가시간은 넉넉한 편인가요

취미가 있다면

어떤 종목을 좋아하는지요

몇 가지나 하시나요


여기서 말하는 종목은

인간관계 외 취미

관심사 (패션 액세서리 주방 가전용품 등)

또는 상황에 맞는 역할

(아내 엄마 며느리 사회 구성원 등)도

종목으로 봤


그런데

모두 좋아하는 종목일까

적성에도 맞고

체력적으로도 할 만 한가

들인 시간 대비 결과물도 만족할까


지나고 보니

나는 주종목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왜 그리 내 종목과

상관없는 물건들이 많았던지


패션 스타일이 다양할수록

옷장 블랙홀에 빠지듯

허영과 욕심뿐인

종목을 늘리다 보니

심신에 피로가 오고


집은 쉼터가 되기는커녕

직장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해야 할 일만 생각하는 나에겐

또 다른 일터가

되어 있었다


냉장고에만 숙제 같은

음식이 있는 게 아니었다

벽장 속 수납장에도

내게도 시간 좀 달라는

물건들이 숨어 있었다


지인에게 받았던

200가지 색실은

고이고이 벽장 속에서

끝내 나의 한숨과 함께 비워졌고

(그사이 노안의 습격이 왔다)


집에서도 카페처럼 마시고 싶었는지

아니면 카페를 차리고 싶었는지

무거운 유리컵도 들였다


마음이 헛헛했는지

아기자기한 일식기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레스토랑과

브런치 영역도 늘리게 되었다

금속 알레르기에도 미련을 못 버린 귀걸이며

애정으로 키워주지 못했던 화초도

지금은 내 영역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일식 분위기를 내려면

오뚝한 일식 면기와

덮밥 그릇도 있어야 하고

옻칠 나무젓가락도 생각난다



이제 우리 집엔 없는 대접시

대접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무겁고 자리 차지하고

작은 손과 손목에 버거운 그릇은

모두 나눔으로 비웠다

그럼 대접시가 필요할 땐

어떻게 할까?


중간 쟁반 하나

오븐엔 오븐 팬이 있고

도마 위에서 그대로 먹기도 하니까


비주얼은 종목에서 빼기로 했

게다가 우리 집은 식당도 아니니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격 없다는 말도 무시하고 싶다



이런 무겁고

다루기 힘든 그릇 아니어도

얼마든지 브런치 기분을

낼 수 있었던 것을



카페처럼 팬케익에

슈가파우더와 블루베리가 없어서

영 아닌가?


상관없다

브런치는 브런치 먹는 시간에 먹으면

브런치니까!



카페 사장님도

할 수 없어서 살 것 같은

무겁고 투박한 유리컵

상부장 한 칸씩이나 자리 차지


우리 집에 손님 4명이

한 번에 오실 일도 없는데



기계가 해주는데도

휘핑은 힘겨웠다

벽에 튈까 봐 안절부절

왜 눈치를 보면서 요리를 해야 하는지 도통



취향을 무시하고

선별 없이 들인 제빵기구

(좀처럼 놔줄 생각을 못했다)


블로거들의 화려한 사진 때문이라고

염치없는 핑계를 대본다

겹쳐 둘 때 상처 날까 봐

종이 타월을 얹던 수고로움이

비우고 나니 그렇게 부질없었다


빵 굽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유일한 취미)


이렇게 사부작 거리는 걸 좋아하다가

나도 모르게 늘린 짐으로

그 한계에 스스로 미니멀이

절실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패션 종목이 아닌 옷을

얼마나 개고 옮기고 만졌을까?

다행이지만 능력 때문인지

명품을 사랑하진 않았다



엔틱 한 것에 끌려

들인 장신구

그런데 미련한 욕심은

금속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몇 시간 만은 괜찮을 거야...)


결국 10년이나 외면받다

정말로 사랑해 줄 주인에게 보내졌다



직장에서 받은 선물

나에겐 무용지물 비싼 귀걸이

선물은...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내 종목이 아닌 것은 부질없다

잊지 말아야지... 금속 알레르기



내 종목 아닌 것은 관심을 끄겠다

내 한계를 알고 늘린 것만 감당할 수 있다


견물생심


주의해야 한다

이쯤 되면

내 종목은 드디어 확실해진다



화장한 후

나갈 채비가 꾸려지는

소지품 서랍

구슬 팔찌와 미니멀한 옷이

허전해 보일 때 목에 걸어주는

엔틱 가죽끈 목걸이

검정과 베이지 에코백

(설마... 가방이 저것뿐? 검정 가죽 가방이 있음)

광목 시장가방


화장품이 담긴 주머니

통장지갑 선글라스 한 개

가벼운 천 지갑

동전지갑

가방이 무거우면 버겁다

무거운 가죽 지갑은 사용하지 않는다


종목을 대폭 줄이니

(시원치 않던 종목이라 애증은 남지 않았지만)

홀가분하다 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남긴 그릇 서랍

조리 후 바로 담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며

동선을 편안하게 해주는 서랍 칸이다


종목을 가지치기하니

미니멀은 덤으로 온다


가스레인지에서는

내 사랑 생강이 끓고 있다


지금 내게 어려운 종목이 있다면

생강차를 떨어뜨리지 않고 끓여 놓는 것


삶에 종목은 다양 하지만

이제는 함부로 욕심 내지 않겠다

혹시 또 다른 종목에 욕심이 난다면

잊지 않고 " 나 "를 생각하겠다


삶은 소풍처럼 (천상병 시인 말씀)

부엌일은 소꿉처럼

청소는 매우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게

멍 때릴 땐 재미있는 게임처럼



" 물건을 비우고

나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자유를 주자 "



written in 2018.06.2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