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미니멀리스트입니다
어쩌면 이미 시작일지도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꿈만 꾸었을 뿐인데
이제는 날마다 생각하고
행동하며 실천한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꾸고 난 후
내가 사는 공간에 애정이 새롭다
매일 보던 것도 특별하게 보인다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도
자세히 보이기 시작한다
귀찮고 지루한 비움도 참아 낸다
기꺼이 인내심도 발휘한다
내 안의 삶에
단단함이 생긴다는 게 어떤 것인지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알게 된다
어떤 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고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
나를 잘 안다는 것
추구하는 삶에 방향이 생기고
나만에 가치관과 신조가 생긴다는 것이
참 좋다
비움에 진척이 없나요
비워도 비워도 표가 안 나는 것 같아요
정체기가 왔어요
평생 꿈꾸는 삶인데
비움에 2년이 걸리고 3년이 걸리는 게
뭐가 중요한가?
물건을 빨리 비운다고
마음도 빨리 단단해지는 건 아니니까
중요한 건
내가 정말 변하고 있음을 느끼며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도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비운 신발들
걸을 때 아스팔트가
그대로 느껴지는 신발도 있었다
패션도 발도 안 따라 주는 관계로
무조건 납작한 신발을 골랐었다
나를 위한
내 발이 편한
그보다는 적당한 가격이네... 가
더 작용했던 신발들이라 하겠다
나는 나를
정말 잘 모르고 있었다
어떤 신발을 신어야
내 발이 편할까?
전과 다른 관점으로
타협 없이 고른
처음으로
곰곰이 생각하며 고른 슬립온
위의 새 신발의
2년 3개월 후의
현재 모습이다
불편했던 신발을 비우고
새로 산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이 생각났다
이젠 많이 낡았다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시간이
이만큼
신발 한 켤레가 낡을 만큼
흐른 것이다
사계절 2년 넘게 신었다
너무 편해서 3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 둘레길도 걸었다
이제 정말
하나 사 신어야겠다
그러나
내 마음은 급하지 않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하다가
신발 이야기로 흘렀다
비움에 마음이 급하기도 하고
얼른 성과도 내고 싶지만
이렇게 시간은 흐른다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동안
신발 한 켤레가 낡을 만큼 시간이 흐르면
그때는 우리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내 공간과
내 생각들이
내 물건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고
시작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시작하셨다면
당신은 이미 미니멀리스트입니다
written in 2018.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