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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이취미 Jan 09. 2022

소유와 무소유 사이

내 안의 과잉을 찾는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책  

뒷면 가격 6천 원이 새삼스러운

법정스님에 '무소유'


어쩌면 내 마음엔

간결한 삶에 대한 마음에 뿌리가

그때부터 있었는지도

그래서 미니멀한 삶에

매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외롭게 헤치며

걸어 나가고 있었을 그 무렵

무소유라는 심오한 말이

가난한 내 삶에 위로처럼 느껴져

감동스럽다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느꼈던 무소유와

지금 느끼는 무소유의 의미는

아무튼 매우 다르다


정성스럽게 난을 키우시던 스님이

난에 대한 정성이

소유에 대한 지독한 집착임을

스스로 크게 깨닫게 되는 내용이지만


그동안 접했던

어떤 글보다

마음에 새겨지는 부분이 컸다

스님이 키우던 난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으시는 부분이

너무 감동스럽다


스님에 비하면

어리석은 중생일 뿐인 내가

집착하고 산 것이 한두 가지겠냐마는

비움 과정에서

스님에 난처럼 생각나는 물건이

나에게도 있다



10여 년 전

잦은 이사로 가구가 망가져 갈 때쯤

나는 뷰로를 마음먹고 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 내 고달픈 삶과

허기진 물욕에 대한

한풀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마음이 고달프고 허전할 때

물건으로 위로받으려 하는 심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망가져 가는 가구들 사이에서

혼자 빛나고 있었으니

더욱 초라해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책도 읽고

가계부도 쓰고

나만의 공간으로

쓰고 싶던 마음으로 들였지만

실상은 아까운 마음에

한 번도 편하게 써본 적이 없었다


레이스를 덮어 주고

액자라도 장식해 주려 마음 썼고

서랍 열 때도 조심조심

먼지 닦을 때도 애지중지 했었다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돈을 써서 들이고서

이 무슨 미련한 마음이었던가?


마음껏 쓸 수 없던 물건에

오랫동안 마음을 빼앗기고

신경을 소모했던 것이다


3차 비움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이 뷰로를 제일 먼저 비웠다


놀러 온 친구에게

선뜻 난초 화분을 안겨준

스님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집착하는 마음만

쏟아야 했던 뷰로를

좋은 분께 보내드렸다


홀가분했다  


책 속에 스님처럼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애정 했던 물건과

집착했던 마음에 대해

놓아준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물건을 보내고

빈 공간이 생기는 게 중요하진 않다


왜 내가 이 물건에

편치 않은 마음이 생긴 것인지

왜 이 물건들을 비우고 싶은 건지

남들이 그릇을 몇 개만 가지고 있으니

나도 조금만 가지고 살려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이유를 느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스스로 느끼며

마음에 새겨지는 비움이

진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신발 전부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3켤레였는데

1년간 전혀 신지 않던 구두를

좋은 분께 보냈기 때문이다


구두를 소유하지 않기로 했다

샌들도 신지 않는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예식장에 구두 차림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 같다


신발만큼은 욕심이 나지 않는다  

비 올 때 신는 운동화

사계절 가능한 슬립온 뿐이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다



천을 올려 쓰고

베갯잇은 자주 벗겨 빨지 않는다

 

더 소유하더라도

나를 편안하게 해 주고

노동을 줄여주는 것이라

소유하기로 했다


쉽게 걷어 세탁하고  

볕에 마른 감촉을 느끼며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할  

빵을 위해 오븐을 소유한다

한 번도 비움을 생각하지 않았던 물건이기도 하다



선물했을 때 모두 좋아해 주셨던

나만의 빵을 구워 주는 오븐은

소유하고 싶다


가치 있는 선물을

할 수 있게 하는 노동은

기꺼이 하겠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원치 않는 선물로부터 발생되는

불편함도 잘 알고 있기에


만약 내가

순간의 열정에

오븐을 비웠다면

무척 아쉬웠을 것이다


내게 무엇이 필요한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즐거움을 주는 물건은 어떤 것인가


잊지 않는다


더 소유하더라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기꺼이 소유하고 싶다


무엇을 비울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나는 오늘도

소유와 무소유를 고민한다



written in 20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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