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국내정치 그리고 국제정치

by kuyper

이제 캄보디아는 범죄도시, 아니 범죄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적어도 최근 한국에서 캄보디아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언론보도에서 잘 드러난다. 아래는 12월 9일 20시경, 네이버에서 캄보디아를 검색한 뉴스기사들이다.

'캄보디아서 송환' 보이스피싱 조직원 중 46명 첫 재판

캄보디아서 '가상자산 세탁', 범죄자금 유통·은닉 끝까지 막는다

해외 출국 후 실종 신고 계속…캄보디아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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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3.png <사진-1> 네이버 검색으로 확인한 캄보디아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기사 제목들을 보면 한국에서 큰 사회적 문제인 보이스피싱의 핵심 지역이자 국가가 캄보디아이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캄보디아는 들어가기만 하면 나올 수 없는 어떤 무서운 국가로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 사람들에게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동남아 여행지 중 하나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여행을 가면 안 되는 무서운 국가의 대명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간략하게나마 현재 캄보디아의 이러한 현실과 맞물린 캄보디아와 국제정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캄보디아 전문가인 박진영 연구원(전북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 범죄 문제의 원인을 권위주의적이고 부패가 만연한 캄보디아 국내정치에서 찾고 있었다. 2023년까지 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는 무려 40년가량 독재정치를 이어왔다. 반 세기 가량 캄보디아의 정치를 독재로 물들인 훈 센 총리는 2023년 물러나며 그 권력을 자신의 아들인 훈 마네트에게 넘겼다. 즉, 캄보디아에서 독재정치는 종식이 아닌 연장이 되었고, 일각에서 아들이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 심한 언론과 정치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아버지보다 카리스마가 약한 훈 마네트 총리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강압 정치를 하고 있다.”라며, 훈 마네트 총리가 “이런 식의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불법 사기 센터가 그 자금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의 부패, 국제사회의 제재 그리고 중국과의 유착


태국,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캄보디아는 지난 1999년 아세안(ASEAN)에 가입하며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1세기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아세안의 회원국답게 캄보디아도 연평균 7%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경제성장이 훈 센 총리가 40여 년 동안 독재정치를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제성장으로 가려져 있던 캄보디아의 국내 정치 문제는 지난 2018년 폭발했다.


2018년 총선에서 여당이었던 캄보디아인민당(Cambodian People’ Party)은 당시 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ambodian National Rescue Party)을 강제 해산시킨다. 말 그대로 완벽한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정당 자체를 해산시키며 총선에서 국회 의석을 싹쓸이한다. 심지어 총선에서 독재체제를 완성한 캄보디아인민당은 이후에 지속된 정치적 저항을 강력하게 탄압했고, 캄보디아구국당의 잔여 조직들까지 와해시키기에 이른다. 예를 들면, 당시 캄보디아인민당은 야당 소속 인사들이 사석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체포/구금하고, 당시 야당 지도자를 추모하는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체포하기까지 했다.


캄보디아의 국내정치가 이렇게 흘러가자 유럽연합이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총선이 있었던 2018년 기준으로 캄보디아의 주요 수출 산업은 의류와 신발 등과 같은 경공업으로, 당시 이 산업은 캄보디아 수출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요 수출 지역은 유럽과 미국이었다. 2018년 캄보디아의 수출 지역별 비중을 보면, 유럽연합이 46%를 미국이 24%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캄보디아의 비민주주의적 행태에 대한 제재의 성격으로 이전에 무관세로 수입하던 캄보디아 물품에 대해 관세를 매기자 캄보디아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었다. 1년 전 46%에 달하던 유럽연합의 수출 비중은 실제 2019년 상반기 26%로 급감했고, 이러한 실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수출에서 유럽연합의 비중은 16.3%까지 떨어진 상태다.


캄보디아인민당과 훈 센 총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독재체제의 정당성이 경제성장에 있는데, 유럽연합의 경제 제재로 인해 캄보디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러한 점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중국과 캄보디아의 경제적 관계는 통상이 아닌 중국의 대캄보디아 해외직접투자(FDI)에 있다. 실제 2019년 중국의 캄보디아 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11.7% 증가한 35억 9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캄보디아 해외 투자액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43%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중국의 투자 가운데 핵심은 건설과 부동산에 집중되었는데, 그 핵심 지역이 바로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이다.


사진_4.jpg <사진-2> 중국의 투자가 집중되었던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 (출처: 한국일보)

시하누크빌에 중국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2019년 당시 시하누크빌 숙박 시설 156개 중 중국 자본이 150개를 소유하고 있고, 카지노의 경우 62개 중 48개, 식당 436개의 95%를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 시하누크빌은 단순히 경제적 투자의 목적보다 정치/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2010년대 중국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프로젝트인 일대일로(BRI) 정책 중 해상실크로드 계획의 일부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중국이 인도양으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실제 2019년 10월에는 중국과 캄보디아가 상호군사협력을 체결하고, 캄보디아는 중국으로부터 약 8천4백만 달러의 군사원조를 약속받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최근 언론들에서 마주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보이스피싱과 같은 문제는 캄보디아 국내정치의 부패, 독재정치의 민낯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야당과 언론 탄압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제재를 불러 일으켰고,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금과 경제 성장이 필요한 캄보디아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한 중국은 자신들의 세계 전략인 일대일로와 인도양으로의 진출을 위해 캄보디아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캄보디아 이슈는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절묘하게 맞물린 상황으로,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는 항상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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