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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yper Sep 13. 2023

한국 대통령, 설마 왕따인가?

-G20 정상회의 관련 외신 영상에 드러난 ‘외로운’ 윤석열 대통령-

 지난 9일, G20 정상회의가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되었다. G20 정상회의는 G7으로 불리는 선진국만이 아닌 개발도상국과 함께 지역연합체의 수장들도 함께 참석하는 회의체로 전 세계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자는 물론 양자 간 활발한 외교를 펼칠 수 있는 외교의 장이자 시험대이다. 한국과 미국, 한국과 중국과 같이 두 국가의 정상만 만나도 매우 중요한 뉴스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여 명의 정상과 리더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외교 이벤트인 것이다. 


 G20 정상회의의 중요성만큼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에 국내 언론들의 보도를 살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는 물론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을 매우 잘 수행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여기에 더해 아세안 정상회의와 연달아 진행된 이번 순방으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 또한 상승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아래는 G20 정상회의 관련 국내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정리한 것이다. 


- SBS, “아세안 · G20 정상회의 성과는'글로벌 리더십천명


머니투데이, “대통령 부부아세안·G20 57일 '자신감 외교마치고 귀국


뉴스1, “'해결사윤 대통령해외정상 만날 때마다 현지기업 애로사항 해소


쿠키뉴스, “대통령아세안·G20 순방 성과22개 MOU계약


디지털타임스, “해외 순방 나서면 오르는 지지율... 아세안 G20 참석에 1.3%p↑ 36.7%”



 이렇게 국내 언론들의 보도와 12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들을 보면, 이번 한국 정부의 외교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확실히 영향력 있는 국가로 발돋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12일 독일 국영방송인 DW NEWS의 뉴스를 보다가 다소 우려스러운 장면을 확인했다. 이 보도는 미국과 베트남의 새로운 외교관계에 대한 특집 보도였는데, 자료화면으로 이번 G20 정상회의 관련 영상이 삽입된 것이다. 그 영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정상, 리더들과 달리 혼자 있는 장면이 연속해서 보였다.


<사진-1> 독일의 국영방송인 DW NEWS가 미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보도하면서 삽입한 이번 G20 정상회의 장면이다. (출처: DW NEWS)
<사진-2> 독일의 국영방송인 DW NEWS가 미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보도하면서 삽입한 이번 G20 정상회의 장면이다. (출처: DW NEWS)


 이 영상은 10일 오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든 정상들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찾아 헌화와 식수를 하는 장면이다. 이는 공식적인 회담을 이어가기 전 주최국인 인도가 특별히 마련한 행사였다. 이 행사는 외부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많은 정상들의 동선이 실내보다는 복잡하였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상호 간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시간이었다. 이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어떤 정상들과도 대화를 하거나 외교적인 스킨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혼자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먼저 위 영상 사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앞에는 일본 기시다 총리와 독일 슐츠 총리가 있고, 뒤에는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 유럽연합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대화를 하며 가고 있다. 이 영상 클립에서는 앞에 있는 기시다 총리와 슐츠 총리도 서로 거리는 가깝지만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이어 나온 화면이 바로 아래 영상 사진이다. 아래에서는 각국의 정상과 리더들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 홀로 그 어떤 무리와도 섞이지 못하고 홀로 걸어가고 있다. 


 이 DW NEWS의 뉴스화면이 미국과 베트남 관련 보도에 짧게 삽입되었기 때문에 편집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행사를 처음부터 보여준 영상을 찾아보았다. 전체 영상을 살펴보니 그 특징은 보다 뚜렷해졌다. 아래 사진들은 Firstspot이 업로드한 영상의 사진들로,  이 영상의 제목은 “‘G20 Summit Day 2: World Leaders Begin The Day By Paying Tribute To Mahatma Gandhi’”이다. 

(영상 출처: https://youtu.be/CEvKzwBXydA?si=Cc0RqK11fagLyV8b)

         

<사진-3>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한 영상이다. (출처: Firstspot)


 <사진-3>에서는 앞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 모디 총리가 나란히 걸으며, 뒤로 각각 2명씩 정상들이 함께 이동하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진-4>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한 영상이다. (출처: Firstspot)


<사진-5>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한 영상이다. (출처: Firstspot)


 <사진-4>에서 영국 리시 수낵 총리, 인도 모디 총리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화를 하며 이동하고 있고, <사진-5>에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6>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한 영상이다. (출처: Firstspot)


 약 10분에 달하는 영상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게 다른 국가 또는 지역연합체의 리더와 대화하는 장면은 <사진-6>이 보여주는 일본 기시다 총리였다. 


 위 사진 4, 5에서처럼 이 같은 다자회담에서는 단순히 정해진 세션에서 준비된 발언만 하는 게 외교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국의 정상은 물론 지역연합체의 리더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상대의 니즈와 자국의 이익을 어떻게 절충할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공부할 때, 영미권에서 리더가 될 친구들이 실제 어떤 식으로 외교를 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학기 중 한 번씩 과 전체 학생들이 하루 종일 유럽의회 의원이 되어 실제 유럽의회에서 하는 것처럼 모의회의를 진행했다. 그 모의회의는 실제 유럽의회 정당 분포에 맞게 전체 학생들을 배분했다. 당시 필자는 유럽의회 중에서 소수당이었던 녹색당 소속의 의원 역할을 맡았다. 이에 오전에 먼저 유럽 내에서 현재 녹색당의 주된 의제는 무엇이며, 각기 다른 정당들과 연합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 내부적으로 정했다. 이후 각기 학생들은 다른 정당 소속 학생들에게 찾아가 개별적으로 의견을 확인하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무엇인지 줄다리기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닌 경험이 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진행하며 각기 정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학생들은 전체 회의 외에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는 시간에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에게 다가가 의견을 조율하고 특정 현안에 대해 연합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협상을 이어가는 것을 경험했다. 이 같은 경험을 한국에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정말 인상 깊었던 친구가 한 명이 있는데, 그는 독일에서 이미 어린 시절부터 정당활동을 했던 친구였다. 이 경험을 통해 영미권 친구들이 실제 외교 현장에서 이렇게 외교를 하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외교는 쉽게 말해 관계, 가능한 한 많은 친구를 만들어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고, 상대에게 내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영상들이 매우 우려스러웠다. 지금부터는 철저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왜 이렇게 중요한 기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혼자였을까. 일단 2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언어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외교무대에서 공용어는 영어다. 이에 웬만한 리더들은 영어는 어느 정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설령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브라질과 같은 국가의 리더들은 스페인어를, 아프리카 리더들은 프랑스어를 기본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 언어를 할 수 있는 리더들과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반대로 영국에서 만났던 유럽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정도는 능통했다. 이에 미국의 리더들은 영어로 소통을 하고, 유럽의 리더들은 상대에 따라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사용해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국의 리더도 그들과 소통을 하려면 최소한 영어는 해야 어느 정도 언어적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영상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언어적 한계로 인해 통역이 배석하지 못한 이와 같은 환경에서 계속해서 혼자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다음으로, 다른 정상들의 관점에서 매력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이 언어적인 부분보다 국익의 관점에서 보다 치명적인 부분이다. 만약, 다른 국가의 입장에서 한국이 매우 중요한 상대이며,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과 꼭 해결해야 할 이슈가 있다면 이러한 기회를 그들은 놓치지 않는다. 먼저 다가와서 소위 말하는 ‘small talk’라도 이어간다. 예를 들어, 영상을 계속해서 보면 주최국인 인도 모디 총리가 다른 정상들은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게 미국의 바이든과만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인도 입장에서 미국과 해결하고 싶은 이슈,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한국이 매력적이고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과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이슈(vital issue)가 있다면, 그들이 먼저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게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위 두 가지 주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사흘간 진행된 전체 회의를 모두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양자 간 정상회담도 물론 그렇지만 이 같이 다자간 진행되는 정상회의, 그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입장을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 자국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해진 세션에서의 준비된 발언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비록 이번에 나의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향후에 있을 기회들을 고려해 외교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 옆에 있었던 것은 일본의 기시다 총리였다. 그것도 기시다 총리가 먼저 다가온 것이었다. 


 국내 언론의 평가와 달리 외신의 영상을 볼 때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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