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잘 날라고 먹었어요?
철쭉꽃보다 더 예뻤던 둘째 언니 이야기이다. 피부미인이었던 언니가 철쭉꽃 옆에서 찍었던 사진이 있는데 얼마나 화사하고 예뻤던지 형부가 첫눈에 반했다. 서울사람이었던 언니는 엄마 을섭씨의 소개로 시골로 시집을 왔다. 요즘은 '그냥 서울에서 살걸!' 툭 내뱉는다. 언니가 왜 그랬을까? 가끔 물음표를 던지곤 한다.
언니가 첫 조카를 낳으려 병원에 갔을 때 이야기다. 큰 조카를 보고 계시던 엄마에게 진통 온다고 했더니 "생계란" 먹고 가라고 했단다. 그래서 들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먹고 병원으로 갔고, 의사 선생님이 산모를 안심시키려 말을 걸더란다. '오늘 뭐 먹고 왔어요?, ' 생계란 먹고 왔는데요.', '애 잘 날라고 먹었어요?' 그런데 오래 진통하다가 조카는 수술해서 태어났다. 이야기를 듣다가 배꼽 잡고 웃곤 하는데, 사내아이 조카는 잘 자라서 멋진 어른이 되었다.
을섭씨의 둘째 딸은 정말 살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웠다. 알뜰하면서도 밥을 잘 사주는 언니다. 별명이 외국 아줌마다. 선글라스에 폼 잡고 사진 찍으면 그리 멋질 수가 없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가던 언니가 버스를 함께 타지 못하고 뒤돌아섰던 적이 있다.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기억이 모아져 관계가 좋아졌다. 역시, 대화를 해야 서로 오해가 풀리면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서 의식이 없을 때, 천둥이 치고 벼락이 치는 컴컴한 밤에 보호자 방에서 언니와 함께 기도를 했었다. 제발 엄마의식이 돌아와 깨어나기를, 그때도 언니가 고생을 제일 많이 하면서 엄마를 간호했다. 엄마 곁에 가까이 산다는 이유로 많은 일을 돕고 또 돕는다. 그 모습이 둘째 딸이다.
언니가 결혼 후에도 친정 가까이 살았다. 스무 살 시절 여름날에 복숭아를 씻어서 부모님께 드리고 외출을 했다. 그런데 얼굴이 가렵더니 풍선처럼 얼굴이 부었다. 놀라서 언니에 도움을 받으며 병원에 갔더니 복숭아 알레르기라고 했다. 손을 씻는다고 했는데 덜 씻긴 상태로 크림을 바른 게 원인이었다. 약처방받아서 잘 나았지만,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복숭아를 멀리하고 있다.
둘째 언니는 손재주가 많아서 뜨개질도 잘하고, 책도 좋아하신다. "곰돌이푸", 빨간 머리 앤"등 책 선물로 행복을 나눠주시곤 했다. 김장철에 언니가 있으면 일에 대한 진도가 빠르다. 그래서 힘든 줄 알면서도 꼭 참석하길 바란다. 휴가철에 배추모종을 옮겨 심은 배추가 잘 자라서 뽐내고 있다. '저 배추를 어쩔 거야!', '쑥쑥도 자라네', '새나라에 배추여?', 김장철이 다가와 감에 따라 씨름할 일을 걱정하는 모양새이시다.
엄마 을섭씨랑 둘째 딸은 로또다. 부재중이라고 떴던 전화를 하면 서로 엇갈려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부모님의 예쁜 옷들은 둘째 딸이 선물한 것이다. 사이즈를 제일 잘 안다는 것은 오랫동안 선물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추석이 한참 남았는데, 을섭씨는 둘째 딸에게 송편 하러 오라고 하신다. 언니와 엄마는 소통할 때 로또긴 한데, 서로 아끼는 마음은 최고다.
올 추석도 가까운 카페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게 될 것이다. 화투로 시간을 같이하고, 엄마와 둘째 딸은 또 그렇게 추석을 같이 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니 고마웠던 일들이 흐려지고, 잊히는 것 같다. '베푼 것은 잊고, 받은 것은 기억하란 말도 있는데, ' 언니에게 받은 사랑이 가득하다. 아기였던 내가 물에 빠졌을 때 구해졌던 일도 많이 감사하다. 언니도 많이 어렸는데 '참' 대단했다. 생명에 은인이시다.
은행잎이 휘날리고 짙은 가을향이 풍겨 나오는 가을날에 함께 여행하며, 감사함을 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