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쌍둥이지?
엄마 을섭씨가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을 낳았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을섭씨가 셋째 딸을 선생님으로 키우는 게 꿈이셨다. 갑자기 많이 궁금해진다.
언니는 여리여리 하고 예뻤는데, 동네사람들이 아버지 닮아서 예쁘다고 항상 얘기했다.
물론 다른 딸들도 아버지 닮아서 예쁘다고 했는데 엄마는 '내가 어디가 어때서?' 엄청 서운해하시곤 하셨다.
어릴 적에 바로 위에 언니라서 많은 일들을 같이했다. 따뜻한 봄날 뒷동산에서 소꿉놀이를 했고, 눈이 내리면 비료포대에 짚을 넣고 내리막에서 눈썰매를 탔다. 언니는 재주가 좋아서 앉아서 타는 스케이트도 만들곤 했는데 잘 만들어진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이 오면, 학교에서 오자마자 가마솥에 장작을 때서 소밥을 데우고, 우물가에 물도 퍼 날라서 저녁밥도 해야 했다. 그때 당시 인형극이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딸랑딸랑 방울공주' 노래가 나오는, 공주가 은방울에서 나오는 신기한 어린이 인형극이었다. 눈을 못 떼고 보다가 저녁밥이 늦어져 언니를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 그 시절에 인형극은 정말 최고로 재미있었다.
언니는 달리기도 잘해서 가을운동회가 끝나면 상으로 받은 공책이 한아름이었다. 달리기를 싫어했던 나는 두어 권 밖에 못 받았다. 공책을 나눠주곤 했던 언니가 생각난다. 손이 야무져서 많은 걸 잘했다. 어린 나이에 찐빵도 잘 만들고, 김치도 만들고, 동생들을 위해서 많은 것을 해줬다. 어른이 된 지금도 모든지 잘한다.
학창 시절, 언니에 보디가드를 자청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쫌 씩씩한 면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방바닥에 누워 노래가사를 적은 노트를 보며, 노래를 같이 부르곤 했는데, 언니랑 가요를 부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웠다.
어린 시절에 냇가에서 놀고 있는데, '너희들 쌍둥이지?' 지나가던 어른들이 물었다. '아닌데요.', 맞는데 왜 거짓말해? 내가 언니만큼 커서 그리 보였나 보다. 언니랑 나와의 잊지 못하는 추억이다.
언니가 결혼을 하고, 혼자 봉숭아 물을 손톱에 들이다가 쓸쓸함을 글로 담은 적이 있다. 그렇게 언니와 나는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셋째 언니는 엄마 을섭씨에게 참 잘한다. 효도하는 방법도 자식마다 가지각색이다. 때마다 필요한 걸 챙겨드리기를 잘한다. 부모님에게서 받은 타고난 재주인 듯, 가장 많은 재주를 가지고 있다. 때론 부러움이 크다. 나는 못하는 호박, 수박, 참외, 오이, 고추, 장미 키우기 등 뜨개질도 잘한다.
엄마 을섭씨에게 수세미 뜨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엄마가 소녀시절 뜨개질을 참 잘하셨다. 셋째 딸이 그대로 닮았다. 둘이 앉아 뜨개질하는데 , 나는 못하는 뜨개질이라 부럽기만 했다.
을섭씨에게 셋째 딸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보석이다. 내가 좋아하고 엄청 따랐던 언니는 어릴 적 그대로 나에게 남아있다. 내가 꽃을 보면 같이 보고 싶고, 가을이 오면 같이 여행하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언니랑 날 좋은 날에 여행하며 수다 떨 날을 그려본다. 신계행의 "가을사랑", 가을노래도 같이 부르면 좋겠다.
언니보다 내가 더 크게 불러볼까? 생각 중이다. 어린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또 음이탈을 하겠지만 그래서 웃음이 난다면, 나는 기꺼이 양보할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언니니까! 웃음은 "보약"이라고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