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 타러 가요
82세 아버지의 생신을 며칠 앞두고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농사일하는 부모님과 가까운 곳인 주문진으로 유람선을 예약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연세 드신 부모님과 여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바람쏘이고 오자고 말씀드리고 나니 비소식이 들려왔다. 취소를 해야 하나 조바심치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움직였다.
아버지는 면도도 하시고, 옷도 두 번 갈아입으시고, 구두도 신으시고 , 안 간다 하시더니 스적스적 여행준비하고 계셨다.
비가 오는 고속도로 대관령고개에서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안보였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주행하면서, 두근두근 걱정이 반이었다.
2시간 일찍 주문진 도착과 동시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유람선 예약이 취소되었다고,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취소가 되었다. 실망은 했지만 예약했던 생선구이 집으로 향했다.
40년 된 곳인 만큼 생선구이와 된장국을 맛있게 먹었다. 부모님이 식사를 잘하셔서 다행이었다.
주문진시장에서 건어물 구경, 해산물 구경을 하고, 싱싱한 고등어를 사서 돌아 나왔다.
관광차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유람선 타려다 못 타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길 건너 유람선 겉모습만 보고 또 다른 볼거리를 찾아 떠나왔다.
바다를 보면서 주행하던 중에 양양부근에서 멈췄다. 아담하니 정성스럽게 꾸며진 카페로 들어섰다. 창가에 바다뷰가 펼쳐져서 좋았다. 빗방울이 맺힌 창가에 기대서 바다를 찍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비 오는 바닷물에서 청춘들이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을 구경했다. 높은 파도를 가로질러 나갔다가 파도를 타고 빠르게 들어오는 젊은이들 모습을 신기해하셨다.
파도 따라 앞으로 나간 젊은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어머어머, 왔네 왔어' 큰소리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미어캣처럼 고개를 내밀고 바다를 보고, 사진을 찍으셨다.
'세월이 좋은 데 왜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 엄마가 툭 내뱉는 말이 마음에 와서 닿았다.
돌덩이가 든 것처럼, 마음이 먹먹했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준비한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 노래를 부르자, 아버지가 촛불을 끄셨다. 부모님이 바다를 찍었는데 잘 찍었다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깔아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 좋은 날 유람선 타는 거로 기약하고, 비 오던 날에 양양바다를 추억으로 남기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우리 부모님 얼마나 젊게 사시는지 핸드폰으로 사진도 잘 찍으시고, 핸드폰 기능 궁금한 거 물으시면서 배우신다. 그다음 날 쨍쨍하게 떠있는 해가 덜 미운 한 가지의 이유라면 이유라 하겠다.
짱짱한 햇볕에 곡식이 여무는 날에, 유람선을 타고 짭짤한 바다 향기를 맡으며, 철석이는 파도를 가르는 날이 기다려진다. 부모님이 멋진 바다사진을 또 찍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