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를 모닝커피로
날씨가 상쾌한 초가을의 주말아침이다. 노랗게 구운 식빵 두쪽과 바나나, 메이플 시럽을 넣은 스타벅스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해 본다.
식빵을 구울 때면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다. 스무 살 시절, 서울에 머문 적이 있다.
동네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2층집으로 단독주택이었다. 직장에서 구해준 방이었는데, 넓은 방으로 둘이 쓰기에 넉넉한 크기의 방이었다.
평일엔 직장에서 밥을 먹었다. 주말 아침엔 주인아주머니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라고 단잠을 깨웠다. 부스스한 눈으로 내려가 커다란 부엌 식탁에 앉으면, 노랗게 구워진 식빵과 믹스커피 한잔이 놓여 있었다.
주인아주머니가 토스트기에 빵을 굽고, 커피를 주셨는데 정말 특별한 아침이었다. 단출한 구운 빵과 믹스커피 한잔이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 순간이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스산한 날씨로 따뜻한 믹스 커피 한잔이 맛을 한층 더했던, 깊어가는 가을이었다.
지금도 빵을 구울 때면 그 순간의 빵냄새와 믹스커피 한잔의 추억이 삶에 베어난다. 주말아침마다 빵을 구워주셨던, 주인아주머니가 잊히지 않는 이유이다.
여름 내내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코끝을 간지럽히는 가을바람에 믹스커피 한잔을 준비했다. 달콤하고 따뜻한 믹스커피 한잔이 익숙하다.
노란 단풍잎이 물들던 스무 살 시절, 선선한 날씨로 긴팔을 어색하게 챙겨 입고, 친구와 찍었던 사진 속에서도 가을향기가 난다. 믹스커피를 모닝커피로 한잔하면서 수다 떨던 그때가 그립다.
떨어져 산 세월만큼, 이야기가 많이 줄었다. 만나면 어색함은 사라지겠지만, 스무 살 시절을 함께 추억으로 가득 물들이곤 했었는데, 세월이 야속하다.
그래도 친구와 추억이 있어서 내 스무 살은 아름다웠음을 안다. 짙어가는 가을날 나는 친구와 믹스커피 한잔으로 수다를 떨며, 지금 시간을 또 추억으로 남길 것이다.
가을이 후딱 지나가는 것은 아쉽지만, 약속한 시간은 다가오고, 친구가 그립고 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