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를 만나고 노을도 만났다.
바람이 확실히 다르다. 가을이 왔음을 나의 머릿결부터 느낀다. 습기가 많은 여름엔 파마하지 않아도 파마머리가 된다. '어머! 파마머리 예쁘다.' 파마한 것 아니라고 변명하기 바쁘다. 내 머리카락이 짝짝 뻗으면 가을이 온 거라고 통보하곤 했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면서 머리카락이 짝짝 뻗었다. 기분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유독 가을을 좋아했다. 초가을 코스모스를 좋아해서 사진 찍기도 많이 했다. 나보다 코스모스꽃이 더 예쁘게 찍히는 것은 다반사지만, 그래도 좋았다. 코스모스를 짝사랑했다. 참 웃기는 이야기지만...
가을가을에 추억들이 떠오른다. 나의 자매들은 코스모스를 닮아서 하늘하늘 예뻤다. 내가 자란 시절엔 코스모스를 한 손으로 살짝 잡고 사진을 찍었던 시절이었다. 자매들 사진을 들춰보면, 같은 포즈로 예쁘게 찍힌 사진들이 있다. 다들 코스모스처럼 예쁘다. 아직도 만나면 그때를 따라 하곤 하는데, 공감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가을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자마자, 가을을 찾아 나섰다. 발길은 코스모스를 찾아갔지만, 해마다 축제하던 곳에 코스코스가 없다. 연인들이 코스모스를 찾아왔나 보다. 차들이 즐비하다. 대신 파란 하늘에 비행기를 찍고, 억새 찾아다니며,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청춘이라 더 예쁜 모습이다.
비행기가 머리 위에서 날아간다. 여행이 가고픈가 보다. 파란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연신 찍어댔다. 개울가 징검다리를 건너가며 흔들흔들 무섭지만, 사진도 찍었다. 징검다리가 정겹다.
억새를 만났다. 멋진 자태로 서서 하늘에 닿기라도 하려는 듯 당당하다. 그 모습에 반하여 사진에 담고 또 담아본다. 멋지다!
더 산책하려는데 방송하는 소리가 들렸다. 개방 시간 끝났으니 이곳을 떠나라는 말소리다. '여기 축제 안 하냐고' 물었더니, 아직 이르고 10월에나 할꺼란다. 코스모스 보러 사람들이 많이 오는 탓에 주말에만 잠깐 개방하는 거라고, 친절한 설명을 해주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왔다.
근처 바닷가로 발길을 돌렸다. 도착한 곳은 노을이 파도와 맞닿으며 일렁이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엊그제와 달리 시원하고 상쾌했다. 행복한 이 느낌, 좋구나! 바닷물이 썰물이 되며 포토존이 드러났다. 노을이 황금빛으로 빛나 찬란함으로, 사진에 담겨 모습을 한층 더했다.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 당당한 억새풀, 멋진 해변에 노을과 사진들, 초가을 여행으로 딱이었다. 아이도 아닌데 뛰어다니며 머리 위 비행기를 찍어 봤던 순간이 멈춘 듯이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짧디 짧은 가을이라서 더 애절하다. 후회로 물들지 않게 나만의 가을을 만끽해야겠다.
바사삭바사삭, 부서지는 단풍잎들이 늦가을까지 버팅기며 늦게 늦게 떠나가 주기를 바라본다.